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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득/시 이야기

구부러진 길 /이준관

구부러진 길 / 이준관

나는 구부러진 길이 좋다.
구부러진 길을 가면
나비의 밥그릇 같은 민들레를 만날 수 있고
감자를 심는 사람을 만날 수 있다.
날이 저물면 울타리 너머로 밥 먹으라고 부르는
어머니의 목소리도 들을 수 있다.
구부러진 하천에 물고기가 많이 모여 살듯이
들꽃도 많이 피고 별도 많이 뜨는 구부러진 길.
구부러진 길은 산을 품고 마을을 품고
구불구불 간다.
그 구부러진 길처럼 살아온 사람이 나는 또한 좋다.
반듯한 길 쉽게 살아온 사람보다
흙투성이 감자처럼 울퉁불퉁 살아온 사람의
구불구불 구부러진 삶이 좋다.
구부러진 주름살에 가족을 품고 이웃을 품고 가는
구부러진 길 같은 사람이 좋다.​

꼬이지 않은 반듯함

나도 구부러진 길이 좋다~ 걷는 맛이 있고 운치가 있고 치유가 있다. 반듯하고 널찍한 직선의 길은 빨리 갈 수 있어 급할 때 좋다. 산을 품고 마을을 품고 가는 구불구불한 사람도 좋아한다. 목표를 세워 자신의 일을 열심히 하는 반듯한 사람도 좋다^^~흙투성이 감자처럼 살아온 사람의 울퉁불퉁하고 구부러진 삶 속에 가족과 이웃을 품고 살아가는 삶이 좋다.
그런데 울퉁불퉁한 사람은 그 안에도 울퉁불퉁한 기운이 있고, 구부러진 사람은 내면이 이리저리 구부러져 있기도 하다, 울퉁불퉁, 구부러짐 속에서 성숙된 사람, 성찰하며 살아가는 사람을 나는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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