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태어나도 시인이고 싶다 / 차옥혜
7월 말까지 원고료도 없는
시 두 편을 청탁받고
잘 써지지 않아 끙끙 앓다가
8월 5일까지 겨우 연기를 하고 마침내 마감일
여전히 졸작을 만지고 있다.
못한다고 거절했으면 될 것을
가만히 앉아 있어도 땀이 줄줄 나는데
모처럼 발표할 기회를 놓칠 수 없다고
밤잠을 설치며
캄캄한 곳에서 실타래를 풀어보려고
바짝 긴장하며 시와 씨름한다.
비경제적이고 부질없어 보일지라도
그래도 나는 시인이고 싶다.
풀잎과 풀벌레의 노래
구름과 별과 바위들의 눈빛
받아 적고
세상이 버린 것에서
아름답고 귀한 것 찾아내고
작고 가녀린 것들의 눈물에 젖어들고
존재하는 것들의 평화에 입 맞추고
외롭고 쓸쓸해도
인간의 자존심 깃발처럼 펄럭이며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한꺼번에 사는
나는 다시 태어나도
시인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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