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를 보면 사과를 할 일들을 돌아보는데,(사과에게 미안, 농담이야.) 감을 보면 감사함을 생각한다. 올해도 많은 감사할 일들이 있었고 감사한 사람들이 많다.
권 샘 시아버지께서 농사를 지으시는데, 감나무도 여러 그루다. 자식들에게 나눠주고도 남으니 팔으시려고한다며 작년에 권샘이 감을 몇 개 주었다. 얼른 눈치를 채고 1박스 달라고 했다. 작년에는 감을 대략 60kg 이상 먹었다. 두 번에 걸쳐 아버지께서 주신게 20kg 이상, 남편 회사 다니시는 분이 10kg, 권샘이 10kg 이상, 지인이 20kg 주셔서 사기도 하고 받기도 하고 적당히 먹었다. 너무 많이 먹었다고? 내가 다 먹은 것은 아니다. 감사한 분들과 나눠 먹었다. 물론 아무나 다 준 것은 아니다. 나갈 때 좋은 사람 만나면 행운의 7, 일곱 개 씩 나눠 주었다. 개인적으로 인성으로 성공했다고 생각되는 사람들에게만 주었다. 또한 많은 양을 썪히지 않고 먹었으니 잘 먹었다. 그런데 올해는 남편도 그 회사를 안 다니고 지인에게도 받을 수 없는 상황이다. 친정에는 감이 많이 달렸지만 작년보다는 못하다고 아버지께서 말씀하신다. 갈 때마다 가져오니 자주 가면 많이 따서 들고 오는데, 올해는 행사가 주말마다 있어 김장할 때 한 번만 갈 것이니 많이 가져오지 못할 것 같다. 아버지께서는 내 마음을 읽으셨는지 감에 관한 말은 꺼내지도 않았는데 따로 잘 챙겨놓겠으니 걱정말라고 하신다.
안 먹어도 되지만 사서 먹어도 되지만 쌓아 놓고 익어가는 것 골라먹는 재미가 쏠쏠한데, 그것을 못할 것 같아 걱정하던 차에 효부 권샘이 생각났다. 팔아달라는 말 꺼내기는 쉽지 않다. 내가 겪어 봤기 때문이다. 나는 엄마께서 마늘을 팔고 싶어하시길래 잘 팔 수 있다고 가져와 다 나눠 주었고, 밤도, 도토리묵 가루도, 고추가루도 모두 다 팔겠다고 큰 소리 치고 내 돈을 먼저 드리고 농산물은 다 나눠 먹었다. 한 해 동안 감사한 사림들에게 나눠주었다. 엄마 걱정도 덜어드리고 나도 은혜 갚는 다 좋은 일이었다. 특히 마늘 팔 때 이야기는 작은 책으로 쓸 만큼은 된다. 아버지께서는 ‘종진이는 팔지도 못하고 다 남줄껴, 그러니 얘들 신경 쓰게 하지마...’ 하셨는데 아버지는 눈치를 채셨지만 진짜 다 팔았다는 큰 소리에는 속으시는지 속아넘어가시는지.... 처음엔 동생들하고 나눠서 했는데, 같은 핏줄이라 파는 일은 다들 못하길래 내가 나섰던 것이다. 이제는 양을 적게 하셔서 가족끼리 나눠 먹을 것 밖에는 없다.
권샘이 가져 온 20kg을 정리하고 흐뭇하게 바라본다. 먹을겸 팔아도 줄 겸, 한 일이 감사함으로 돌아온다. 모양이 마음에 들지 모르겠다고, 맛이 있을지 모르겠다고 염려하는 선생님께 말했다. 효부가 무거운 것 들고 다녔으니 맛있을 거라고. 어차피 감은 영양가 있는 식품이라고. 모양이 뭐 중요하냐고. 먹는 사람이 맛있게 먹으면 된다고~ 겨울까지 하나씩 골라 먹는 재미를 느껴야할텐데... 아직은 작년에 비해 양이 적다.
남편이 더 알아본다고 하며 있는 감 퍼주지나 말라한다. 속으로 저걸 누구랑 나눠 먹을지, 주면 누가 좋아할지 생각하고 있었는데 어떻게 알았지? 작년에 나눠주었던 한 샘, 황 샘, 김 샘, 조 샘 등등 고마운 사람을 머릿속에 그리고 있다. 내년에도 감 떨어지지 않게 권 샘 시아버지를 잊지 말고 내 부모님께 못하는 효도를 그쪽에 조금 보태야겠다. 그리고 올해는 감사한 사람들이 더 많은데, 감을 다 나누지 못할테니 감 사진이라며 보내며 감사의 말이라도 전해야겠다.💕💕💕
감으로 스토리가 쌓인다. 대봉이 홍시가 되어 감에 따라 나의 삶도 익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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