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박
여락
땡볕이 냉장고로 파고 든다
그는 얌전히 몸을 얼리고 있다
빨간 상처 까맣게 박아놓고
달아난 단물을 녹여내고 있었다
기다림이 길지는 않았다
뜨거운 햇볕 기운 가시면
어김없이 잘려야 하는 운명
아픔은 흙 속에서 시작되었다
몸부림쳐도 통은 반으로 깨지고
직면은 차라리 속 시원하다
고통이 무지막지하게 뚫고 들어갈 때
떠돌아 어지럽던 자유가 자리를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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