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락과 읽는 시
이번 가을에는 / 정용철
이번 가을에는
그동안 버려두었던 단어 몇 개를
내 가슴에 품고 마음깊이 스며들도록 할 것입니다.
그것은
은혜, 감사, 사랑, 평화, 순결, 용기, 자유.
겸손, 지혜, 용서, 고독, 진실, 동행, 영원입니다.
이번 가을에는
아직도 행하지 못한 몇 가지 일들을 할 것입니다.
그것은
사랑하기, 욕심 버리기, 단순하기, 따뜻하기,
깊이 생각하기, 목소리 낮추기,
격려하기, 칭찬하기, 오래 참기 많이 나누기입니다.
이번 가을에는
그동안 잊고 지내던
내 이웃을 향해 조용히 다가갈 것입니다.
그분들은
외로운 사람, 가난한 사람, 마음에 상처 입은 사람,
슬픔 속에 있는 사람, 몸이 불편한 사람, 몸이 갇힌 사람입니다.
이번 가을에는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자연의 모습을 텅 빈 마음으로 바라볼 것입니다.
그것은
붉은 단풍 위에 펼쳐지는 쪽빛 하늘, 황금 들판,
투명한 햇살 속에서 익어가는 열매, 들에 핀 국화입니다.
이번 가을에는
그동안 들리지 않았던
아름다운 소리를 귀담아들어 볼 것입니다.
그 소리는
가을을 전하는 노랫소리, 풀벌레 소리, 가을비 소리,
농부의 타작 소리, 아이의 웃음 소리, 가족의 기도 소리입니다.
이번 가을에는
아직도 내 마음밭에서
자라고 있는 몇 그루 나무를 뽑아낼 것입니다.
그 나무는
불평의 나무, 낙심의 나무, 의심의 나무, 이기심의 나무,
교만의 나무, 무관심의 나무, 게으름의 나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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