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 존경/랑승만1934-)
성철 스님이 어느 날
이 나라 근대불교의 거목인,
그때 수덕사 정혜사에 주석하고 계셨던
만공 스님에게 물었다.
˝스님!
스님께선 스승이신 경허 스님을 존경하십니까?˝
만공 스님께서 뒤도 돌아보지 않고
하늘을 우러러 답하신다
˝이 사람아
내가 옆에 있어야
양식이 떨어질 때
스승께서 나를 잡아먹을 수 있지 않을까˝
말씀하셨다.
요즈음 세상은
스승을 등지는 것은 다반사요
스승을 등쳐먹고
숫제 스승에게 칼부림까지 하는 세상이니
나를 잡아 양식으로 먹으라고 내놓을 제자들은
모두 어딜 갔는가
모두 스승에게 잡혀먹히지는 않았을 텐데
스승의 고통을 스승의 고독을 외면하고는
내가 찾아가지 않으니 쓸쓸하고 허전하지요
하는,
오만불손한 그 얄팍한 無明의 중생심들 따위 외면하고
네 이놈들 다시는 따라오지 말거라
표연히 맑은 숲길로 발걸음을 옮기는
만공 선사 같은 맑은 마음일레.
제가 그 스승 앞에서 아름다워지는 것은
그 스승 앞에서 자기가 죽어짐으로써이다.
스승을 죽이고도 자신이 아름다워지기를 바란다면
그는 이미 썩은 송장 아닐까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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