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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득

죽은 행복나무

며칠 전 사온 나무가 4일후 부터 잎이 마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일주일 후 잎들이 바삭하다.
햇빛도 잘들고 환기도 잘되고, 물도 적당히 줬다.
분명 뿌리 부분이 스티로풀로 깔려있거나 약품이 들어간 게 분명하다. 그렇지 않으면 다른 이유가...
휴대폰에서 카드결재 내역 찾아 그 꽃집 검색, 전화를 했다. 할아버지 이상하다며 펄펄 뛰신다.
조용히 이야기를 시작했다, 말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한마디마다 끼어들어서

물을 안 줘서 그렇다고 했다
물을 많이줘서 그렇다고 했다
햇빛이 많아서 그렇다고 했다
환기를 많이 시켜서 그렇다고,,,,,,, 했다

말끝마다 내 잘못이다. 몸뚱아리가 굵은 나무였다. 정말 오래 내편이 되고 나에게 위로가 될 나무였다. 나는 이런 나무를 잘 키워왔고 자신이 있었다. 겉으로 보기엔 멀쩡했다. 인간도 겉모습과 속이 같지 않은 사람도 있지만~ 나무도 보기와 달랐다는 점, 2.3일 만에 표안나게 마르기 시작했고, 4,5일이 되어 이렇게 변했다. 그런데 그것은 온전히 걷지 못하는 나무의 잘못이 아니라 움직이는 인간의 잘못이 끼어 있었다는 점, 잘못을 인정하면 진다고 생각한 것일까? 어르신께 말했다. 제가 젊은 사람이라면 도대체 어떻게 이런 나무를 팔아요, 바꿔달라거나 환불해 달라 할 것이라고,,, 사실 젊은 주인이었어도 못했을 것이지만 이 말은 어르신께 간접적으로 하는 말인데,,, 알아들으셔도 모르는 척, 못 알아들으실 수도 있는 일, 나는 언제까지 이렇게 살까... 쌈닭이 되어 다른 나무로 바꾸거나 환불하거나 하기를 바라지 않는다. 바로 포기해야 상처를 입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에,,,, 그래도 나도 위로 받고 싶은 작은 인간이다.

제 말좀 들어보세요.
아까도 말씀드린바와같이
제가 바꿔달라는 것도 환불해달라는 것도 아니잖아요.
어르신이 더 속상하실까요? 제가 더 속상할까요?
그 말씀을 들은 후 잠시 조용해지시다가
바로 ‘이상하다, 그럴리가 없다’를 반복하신다.

그냥 가져가달라고 부탁했다.
그리고 오신다는 시간에 엘리베이터 앞에 내 놓았다.
약속된 시간 10분 앞서 화분 싣는 소리가 났다. 문 열어보니 조용히 가져가셨다. 시원 섭섭 속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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