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과 삶의 지혜
오늘 나는 한 기업이 주최한 마라톤 대회에 초청받아 10km를 달렸다.
요즘 너무 열심히 돌아다닌 탓인지 족저근염이 생겨 치료 중이었지만, 초청해준 고마움 마음에 가지 않을 수 없었다.
아픈 발과 무릎에 스포츠 테이프를 칭칭감고 대회장으로 향했다.
2년전 대청호 마라톤 대회를 마지막으로 나의 달리기는 멈추고 있었다.
2018년 부터 6년동안 마라톤의 매력에 깊이 빠져 살았다.
대전과 인근 도시뿐 아니라 서울, 구리, 경주, 진주, 상주, 여주같은 먼 지역의 전국 대회까지
참가하며 열심히 달렸다.
그 덕분에 체중은 81키로에서 69키로 까지 줄었고 기록 단축을 위해 노력하여 70대 연령 부문에서 4번이나 트로피를 받는등 열심히 달렸으나 결국 골반에 이상이 생겼고 나는 달리기를 멈출 수 밖에 없었다.

오늘 대회는 유등천 변을따라 남북으로 돌아오는 10키로 단축 마라톤 대회이다.
이른아침, 대회장에 도착하니 여느 마라톤 대회처럼 20 .30대 젊은 참가자들과 40 50대 중년 참가자들이 대부분이었다.
사회자의 힘찬 멘트가 울려 퍼질때마다 행사장은 활기로 가득 찼다.
70대 중반인 나도 그런 분위기속에 있는것이 늘 즐겁다.
출발신호와 함께 사람들 틈에 섞여 서서히 나아갔다.
아침기온 19도, 구름한점 없는 5월의 화창한 날씨었다.

하지만 연습 부족은 곧 몸에서 드러났다. 1km를 달리자 아픈 오른발 뒷꿈치가 신호를 보내기 시작했다. 통증을 줄이기 위해 오른발 뒤꿈치를 살짝들고 달렸더니 이번에는 왼발에 무리가 왔다.
그래도 참고 뛰고 걷기를 반복하여 5km 반환점을 돌았다.
호흡 만큼은 아직 괜찮았다.
판소리 소리꾼으로 살아오면서
늘 단전에 힘을 주고 복식호흡을 해온 덕분인지 심폐기능은 건강한 듯하다. 그러나 다리 근육은 예전과 같지 않았다.
몸은 솔직했다. 세월은 누구도 비켜가지 앓는다는 사실을 달리며 새삼 느꼈다
나는 달리면서 마라톤이야 말로
삶의 지혜를 몸으로 실천하는 운동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라톤에는 목표가 있다.
10키로, 하프, 풀코스 처럼 각자가 도전할 거리가 정해져 있다.
그리고 무작정 달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체력과 호흡에 맞춰 레이스 계획을 세워야 한다.
무엇보다 남과 비교하지 않고 자기만의 페이스를 유지해야 한다. 욕심을 내면 중간에 지치고, 때로는 포기해야 한다.
삶도 마찬가지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남보다 빠르게 가는 것이
아니라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자기 길을 완주하는 일이다.
달리는 동안 유등천의 반짝이는 물빛이 눈부셨다.
강변에 핀 꽃들도 보였고. 시원한 바람도 얼굴을 스치며 지나갔다. 천변에서 축구를 하는 사람들. 파크골프를 즐기며 옹기종기 모여있는 사람들의 모습도 눈에 들어왔다.
그 풍경들을 바라보며 천천히 달리다 보니 어느새 결승점이 가까워 졌다.

사실 오늘 아침 대회장에 오면서 5키로쯤 걷다가 그만둘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끝내 포기하지 않고 완주 하였다.
중간 급수대에서 아픈발에 진통
스프레이를 뿌리고 잠시 마사지를 하며 버텼다. 그리고 마침내 결승점을 통과 했다
완주 메달을 걸고 기념사진을 찍는 순간. 기록보다 더큰 기쁨이 마음속에 남았다.
비록 예전같은 기록은 아니었지만. 오늘 나는 삶의 지혜를 다시 몸으로 실천하며 달린 하루를 보냈다
2026.5. 17 정왕 손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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