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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득/시 이야기

겨울배추벌레 김종진

겨울 배추벌레

김종진

 

신문지에 싸여

누런 배추 속에 숨어 있다가

꿈틀꿈틀 기어 나온다

세월을 갉아먹고

추위를 갉아 먹고

신문의 활자까지 먹어버렸구나

 

먹은 것이 많아 제 몸 굴리기도 힘들어

바르게 걷지 못하고 뒤뚱뒤뚱

비만한 제 모습

들키지 않으려 용을 써도

어디 한 곳 감출 수가 없구나

 

쉬지 않고

파먹고 파먹었던

가을 이후의 캄캄했던 날들

세상 밖으로 나왔어도 기쁨엔 닿지 않고

엄마 자궁 속으로 다시 들어가고 싶은

그대 헐떡이는 삶이여

  2001년 4월 힐링가득문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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