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배추벌레
김종진
신문지에 싸여
누런 배추 속에 숨어 있다가
꿈틀꿈틀 기어 나온다
세월을 갉아먹고
추위를 갉아 먹고
신문의 활자까지 먹어버렸구나
먹은 것이 많아 제 몸 굴리기도 힘들어
바르게 걷지 못하고 뒤뚱뒤뚱
비만한 제 모습
들키지 않으려 용을 써도
어디 한 곳 감출 수가 없구나
쉬지 않고
파먹고 파먹었던
가을 이후의 캄캄했던 날들
세상 밖으로 나왔어도 기쁨엔 닿지 않고
엄마 자궁 속으로 다시 들어가고 싶은
그대 헐떡이는 삶이여
2001년 4월 힐링가득문학회
'이야기가득 > 시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로봇청소기 김종진 (0) | 2017.03.10 |
---|---|
김종진 사용설명서 (0) | 2017.03.10 |
간격 김종진 (0) | 2017.03.10 |
백세시인 시바타 도요 타계 (0) | 2017.03.03 |
발바닥 사랑 박노해 (0) | 2017.03.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