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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득

육쪽 마늘

육쪽 마늘 팔아요, 댓글 읽고 주문요

제가 ‘마늘 장사’ 시작했어요. 당진, 서산 육쪽 마늘 아시죠?


1.
올해 마늘 농사 풍년으로 가격 폭락이 예상되어 마늘밭 갈아엎는 현장, 뉴스에서 보셨죠?

치매 걸리지 않으려고 자식 생각날 때마다 전화하신다는 어머니.
"혹시, 마늘 살 사람이 없는지 알아봐라."
도토리묵가루, 팥, 참깨, 고춧가루 등 철이 되면 어머니께서 조심스럽게 말씀하세요.
“마늘 살 사람 많으니 걱정하지 마세요.”
먼저, 안심 시켜드리죠. 그리고 어머니께서 원하는 만큼 주문을 합니다. 대 식구 김장 할 것 남기고 자식들, 친지들 다 나눠주고 남은 것을 용돈으로 쓰시려는 어머니. 그 용돈의 대부분은 자식, 손자를 위한 기도 비용(?)이라는 것을 잘 알아요. 저는 이미 몇 년 전부터 유능한 장사꾼입니다. 부모님께 물건을 받아와 싹 다 파니까요. 순서는 정해져 있어요. 일단 팔았다고 하고, 물건(참깨 등)을 받으면서 돈 드리고 그것들을 저희 집 냉동실로 직행시킵니다. 저 먹을 건 따로 많이 주시기에 그것으로 먹고도 남아요. 그러면 이 이후엔 어떤 사태가 벌어질까요? 냉동실에서 잠자던 물건들은 주인을 기다리다가 명절 때 형님들께, 오랜만에 보는 분, 또는 감사한 분들을 찾아가죠. 수량이 많지 않기 때문에 부담은 되지 않아요. 부모님께도, 선물로 받는 분들께도, 저에게도 모두에게 좋은 일이잖아요. 해마다 거짓말이 자연스러워지지만 아직도 부족해요. 아버지께서는 어머니께 ‘종진이는 절대 팔지 못하고 누구한테 그냥 줄 거니까 말도 꺼내지 말라.’고 하셨지만 어머니는 조급하셔서 제게 살짝 말을 하는 거지요. 민감한 저는 어머니 마음 편하게 해 드리려고 빨리 해결하는 것이고요. 그리고 어머니는 제가 물건을 신통하게 잘 파니까 염려를 안 하시는 거고요. 전에는 동생들이 팔아드리기도 했지만 저와 비슷해서 말을 못 꺼내는 모양이에요. 피가 어디 가겠어요? 빠른 시일 내에 혼자 해결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 거죠. 아버지께서는 굳이 팔지 않아도 줄 사람도 많고 먹으면 된다고 하시지만 그리고도 남는 것은 어쩌겠어요.

2.
어머니와 통화한 이후, 시골에 다녀왔어요. 깐 마늘로 세 접을 주문 받았다고 자랑스럽게 말했죠. 깐 마늘이라는 게 문제가 될 줄 몰랐어요. 남편은 어머님, 아버님 허리 아프신데 그런 주문받았다고 눈 흘기고, 아버지는 그런 주문이면 안 판다고 했어야한다고 난처해하시고, 어머니는 셋이 하면 금방 깐다고 하시고 저는 집에 가서 천천히 혼자 깐다고 하니.... 결국, 까서 가져가라는 결론. 어머니, 아버지, 저희 남편 셋이서 몇 시간 동안 마늘을 깠어요. 옛 이야기하면서 하하호호 즐겁게 하시더라고요. 저는 저녁 밥상 차리고 밥 먹고 치우고 나중에 합류했죠. 아니, 맨 처음에는 혼자 깠어요. 얼마 안 걸릴 줄 알았죠. 마당에서 시작했는데 몇 개 못 까고 포기했어요. 비닐장갑 끼고 위에 면장갑을 끼었지만 힘을 주면서 까서인지 비닐장갑은 찢어지고 면장갑 속으로 마늘의 매운 성분이 손가락으로 침투했어요. 비닐장갑을 한 번 바꿔 끼긴 했지만 뚫고 들어간 아픔을 참을 수 없었어요. 양 손 엄지 검지가 아리기 시작했어요. 때마침 외출 후 돌아 온신 아버지께서 얼른 손 씻으라하시고 마당에서 하던 작업을 집 안으로 들여오셨어요. 저는 진짜 죄송하여 아무 말도 못했어요. 특히 오른손 엄지는 쓰라려서 눈물이 났어요. 비누로 여러 번 씻어도 매운 기운은 가시지 않았어요. 이실직고는 못했어도 그냥 가져가도 된다고 했어야 하는데, 말할 때를 놓친 거죠. 물론 허상의 주문인데, 처음부터 거짓말이 완벽하지 않았던 게 문제였죠. 저는 한참 지난 아직도 엄지손가락이 벗겨지고 아픈데 저의 몇 배를 깐 남편은 말짱하다고 큰소리를 치네요. 저는 급히 시작했고 남편은 마늘을 물에 불리고 손에 물을 묻혀 가면서 깐 게 달라요. 모든 일에는 준비 과정이 필요하고 경험에서 지혜로움이 나온다는 사실. 더 중요한 사실은 저장용으로 비닐하우스에서 거의 다 말린 마늘은 까서 파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 다음 날 아침, 깐 마늘들의 주인 찾아주기를 시작 했어요. 깐 마늘이라 오랜 저장이 어렵겠더라고요. 당분간은 김치 냉장고에 두면 되겠지만 싱싱한 마늘을 얼른 드리기 위해 명단을 작성했어요. 은혜를 입은 사람들이 너무 많았어요. 토요일 아침부터 명단 순서대로 돌렸어요. 나는 못 받았는데 하면서 서운해 하는 분, 계신가요? 세 접 생각보다 많지 않아요. 깐 마늘을 현관문에 걸어 놓고 오면서 문자를 했죠. 얼마 안 되지만 고마워들 하셨어요. 마늘 값은 아버지 통장으로 입금했어요. 입금자는 제가 좋아하는 사람의 이름을 빌렸죠. 이건 불법 아니죠? 통장 계좌도 안 알려주시려는 걸, “마늘 산 사람이 직접 입금한대요. 얼른 알려주세요. 안 알려 주시면 여러 사람 불편해요.” 계좌 번호 따기 성공, 제게는 큰 수확이에요.

3.
그런데,
이런 일이 있을 줄 알았어요. 사건 발생 다음날, 제가 7접을 팔았으니 걱정 마시라고 하고 왔죠. 7접만 팔면 된다고 하셨거든요. 마늘은 몸에 좋으니 저도 먹고, 아는 사람에게 드리고 팔리면 팔아야지 했죠. 제가 말을 못해서 그렇지 전화만 하면 사겠다는 분들이 많을 것 같긴해요. 여러분 중에서도 저한테 마늘 살 사람 많잖아요? 착각이라고요? 그건 그렇고. 방금 전 어머니 전화 왔어요. 마늘 사겠다는 주문이 계속 들어온다고. 네가 팔아서 팔 것 없다고 해도 일부 사람들이 자꾸만 사겠다고 한다고... ‘어머니, 그 사람한테 내가 산 것 줘도 괜찮아요.’ 말하고 싶은데 또 거짓말이 어떻게 튈지 몰라서 벙어리 냉가슴만 앓고 있어요. 남편이 친구들한테 말한다고 했지만 확신할 수는 없어요. 제가 저지른 일이니 제가 해결해야죠. 더군다나 어머니는 너는 깐 마늘과 마른 마늘 몇 접을 더 주신다고 해요. 싫은데.... 괜찮은데.... 지난번에 주신 것도 남았으니 제 몫이라도 달라는 그 분들에게 드리라고, 설득 실패했어요. 어머니께서는 제가 어릴 때부터 제가 하는 모든 것을 믿으셨거든요. 종진이는 노력파야, 종진이는 입이 무거워, 종진이는 남에게 피해를 안 줘. 등 타고난 것인지 어머니의 영향 덕분인지 그 말씀 비슷하게 살고 있는 것 같아요. 근데 이렇게 하얀 거짓말하며 사는 건 모르시니.

4.
마늘 안 파냐고요?
먼저 마늘의 종류에 대해 설명 드릴게요. 마늘은 한지형과 난지형이 있고요. 밭 마늘과 논 마늘이 있고요, 육 쪽과 여러 쪽 마늘이 있어요, 중국산과 국산도 있겠지요. 김장 할 때까지 보관했다가 먹는 마늘이 한지형이래요. 맛도 난지형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좋고 김장할 때까지 그 이듬해 마늘이 새로 나오기 전까지도 먹을 수 있는 게 한지형이래요. 갖다만 먹어서 몰랐는데 이번에 조금 알게 되었어요. 요악하면 좋은 것은 한지형, 밭마늘, 육 쪽, 국산이에요. 그리고 무게로 파는 것은 주의가 필요해요. 건조된 상태에 따라 무게가 다르니...
마늘 값은 그 때(살 때)가서 결정이 된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지금사니 지금 가격으로 하는 게 맞죠. 그런데 요즘은 수입산도 많고 김장철에도 깐 마늘이 시장에 많이 나오더라고요. 맛은 확실히 다른 것 같아요. 아파트에서는 저장이 어려워 바짝 말려서 양파 망에 한 접씩 담아 왔어요. 3만원 하는 것인데 2만원 받으라고 하셨어요. 총 7접이예요. 일단, 마늘 값은 드리고 왔어요. 마늘 값을 왜 봉투에 담아왔냐며 살짝 의심을 받았지만 무사히 넘어갔고 심부름 값도 많이 받아왔으니 올해 마늘 장사 성공(?)

-쉿, 비밀이에요. 거짓말 한 것은 잘못했어요. 이 사실이 알려지는 날 저는 이런 일을 할 기회를 잃어요. 도와주세요.-

에필로그: 가져와서 다음날 바로 소진. 드릴 계획 없이 먼저 만난 세 분이 모두 고마운 분들이었어요. 살림 9단인 분들이 엄청 좋아하셨어요. 잘 말려서 주셨지, 깔끔하게 다듬어주셨지, 마늘이 실하지, 김장때까지 아파트에서도 저장할 수 있도록 해 주셨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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