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늑구'와 함께한 산행
토요일인 어제는 오전과 오후 개인 수업까지 다섯 시간의 수업이 이어진 고된 날이었다
소리 선생의 삶은 제자들과 마음을 나누며 함께 소리 하는것이니 즐겁고 스트레스도 풀리는 좋은 점이 있다. 하지만 책임감이 따르는 일이라 정해진 시간 계속해야하니 때로는 쉽지 않은 직업이기도 하다.
나는 힘들때 마다 스스로 다독이며 위로한다.
"38년 세월 동안 금융인으로 지내다 늦깍이 국악인으로 제2인생을 새로이 시작하여 이 나이에도 반겨주는 제자들이 있고 가르치는 공간이 있다는 것은 크게 축복 받은 일이다"
퇴근후 멍하니 TV를 보며 쉬다가 이른 저녁을 먹고 대전천으로 나갔다 . 소리로 피곤한 몸은 적당히 걷기로 풀어주면 몸의 균형이 맞는듯 피로가 풀리는 느낌이다. 나만의 루틴 이리라.
오후 6시가 넘은 석양길을 걷는 기분은 운치있고 시원한 바람이 수고를 위로해 주는듯 하다.
천천히 3키로를 걸으며 생각했다. 내일은 어느 곳으로 가서 걸을까.
식장산, 만인산, 계족산 등을 떠올리다가 결국 보문산으로 정했다. 최근 동물원을 탈출했던
'늑구'로 떠들썩 했던 곳이다.나는 이 산을 자주 다녔지만 그사건 이후 출입이 통제 되었다.
오늘 오전, 오랜만의 보문산 길에는 봄기운이 가득했다.둘레길을 따라 걷는 곳마다 연초록 잎새들이 눈을 맑게 해주고. 각종 봄꽃들이 계절의 깊이를 더해주고 있었다.
자연 속을 걷다보니 판소리 한 대목이 자연스럽게 흘러 나온다.
"이산 저산 꽃이 피니 분명코 봄이로구나.
봄은 찾아 왔건만 세상사 쓸쓸 허구나.
나도 어제는 청춘일러니 오늘 백발 한심쿠나"
한 시간을 걷으니 이마에 땀이 맺혔다.
그늘막에 앉아 사과, 계란으로 간식을 하며 허기를 달랜다. 지나가던 부부가 쉴 곳을 찾아 들어 자리를 비켜주고 다시 걸음을 옮겼다
작은 저수지에 이르렀을 때 다시 '늑구 '생각이 떠올랐다.
사람을 피해 산을 헤메다 결국 마취총에 맞아 붙잡히고, 먹었던 물고기 속 낚시 바늘 때문에
수술을 받게 되었다는 소식.
나는 잠시 생각했다 .
만약 늑구가 끝내 잡히지 않고 사람이 없는 자연속으로 가서 살았으면 어땠을까.
돌아오는 길에 이어폰을 꽂고 흥타령을 흥얼거리며 걸었다. 그 노래에 닮긴 가사와 휠링이 가슴을 잔잔히 흔든다.
오늘 산행에서 나는 땀을 흘리고, 소리를 듣고, 자연 속을 걸으며 한마리 늑대를 생각 했다.
2026.4.19 .보문산에서 정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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