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즈 글릭, 2020 노벨문학상 수상자
루이즈 글릭 (Louise Gluck)
- 시인, 대학교수
- 1943. 4. 22. 미국 출생
- 예일대학교(Adjunct Professor)
- 2020 노벨문학상
- 2016년 2015 미국 국가인문학훈장
- 2014년 내셔널 북 어워드 시부문
- 2001년 볼링겐상
야생 붓꽃 / 루이즈 글릭 (번역 : 양균원 대진대)
고통의 끝에
문이 있었어요.
내 이야기를 들어주세요.
당신이 죽음이라 부르는 것을
기억해요.
머리 위, 소음들, 소나무 가지들이 움직이는 소리들.
그 후의 정적, 연약한 햇살이
마른 표면 위에서 깜박였어요.
어둔 땅속에 묻힌
의식으로
생존한다는 것, 소름 끼치는 일이에요.
그때 끝이 났어요. 당신이 두려워하는 것이,
영혼으로 존재하면서 말할 수 없는 상태가,
갑자기 끝나고, 딱딱한 땅이 약간 휘었어요.
그러자 내게 새라고 여겨지는 것들이 낮은 관목들 속으로 돌진했어요.
저 세상에서 돌아오는 통로를
기억하지 못하는 당신
당신에게 말하지요, 내가 다시 말할 수도 있으리라는 것을,
망각에서 되돌아오는 것은 무엇이든지 되돌아와
목소리를 낸다는 것을,
내 삶의 한 가운데서
담청색 바닷물에 얹힌 심청색 그림자들,
커다란 샘물이 솟았지요.
(원문)
The Wild Iris / Louise Glück
At the end of my suffering
there was a door.
Hear me out: that which you call death
I remember.
Overhead, noises, branches of the pine shifting
Then nothing. The weak sun
flickered over the dry surface.
It is terrible to survive
as consciousness
buried in the dark earth.
Then it was over: that which you fear, being a soul and unable to speak,
ending abruptly, the stiff earth bending a little. And what I took to be birds darting in low shrubs.
You who do not remember
passage from the other world
I tell you I could speak again: whatever returns from oblivion returns to find a voice:
from the center of my life came
a great fountain, deep blue
shadows on azure seawater.
애도 / 루이스 글릭 (류시화 옮김)
당신이 갑자기 죽은 후
그동안 의견 일치가 되지 않던 친구들이
당신의 사람됨에 대해 동의한다.
실내에 모인 가수들이 예행 연습을 하듯
이구 동성으로 말한다.
당신은 공정하고 친절했으며 운 좋은 삶을 살았다고
박자나 화음은 맞지 않지만 그들은
연기를 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이 흘리는 눈물은 진실하다.
다행히 당신은 죽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공포에 사로잡혔을 것이다.
하지만 그 순간이 지나고
조문객이 눈물을 닦으며 줄지어 나가기 시작하면,
왜냐하면 그런 날에는
전통의식에 갇혀 있다가 밖으로 나오면
9월의 늦은 오후인데도
햇볕이 놀랍도록 눈부시기 때문에
사람들이 빠져나가기 시작하는 그때
당신은 갑자기
고통스러울 만큼 격렬한 질투를 느낄 것이다.
살아있는 당신의 친구들은 서로 포옹하며
길에서 서서 잠시 얘기를 주고받는다.
해가 뉘엇뉘엇 지고 저넉 산들바람이
여인들의 스카프를 헝클어 트린다.
이것이 바로 이것이
'운 좋은 삶'의 의미이므로
지금 이 순간 살아 있는 것이
바로 그것이므로
눈풀꽃 / 루이스 글릭 (류시화 옮김)
내가 어떠했는지, 어떻게 살았는지 아는가.
절망이 무엇인지 안다면 당신은
분명 겨울의 의미를 이해할 것이다.
나 자신이 살아남으리라고
기대하지 않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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