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에 대하여 / 정호승
바닥까지 가본 사람들은 말한다
결국 바닥은 보이지 않는다고
바닥은 보이지 않지만
그냥 바닥까지 걸어가는 것이라고
바닥까지 걸어가야만
다시 돌아올 수 있다고
바닥을 딛고
굳세게 일어선 사람들도 말한다
더 이상 바닥에 발이 닿지 않는다고
발이 닿지 않아도
그냥 바닥을 딛고 일어서는 것이라고
바닥의 바닥까지 갔다가
돌아온 사람들도 말한다
더 이상 바닥은 없다고
바닥은 없는 것이기 때문에 있는 것이라고
보이지 않기 때문에 보이는 것이라고
그냥 딛고 일어서는 것이라고
'이야기가득'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정선상략 (0) | 2020.11.27 |
---|---|
채석강에서 책 읽기 (0) | 2020.11.27 |
이심이덕 (0) | 2020.11.26 |
집사광익 (0) | 2020.11.25 |
대전문협 겨울 축제 (0) | 2020.11.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