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락과 읽는 시
키 타령 / 임보
앉은키만 보고
나를 골랐다는 아내는
평생 키 타령이다.
키 큰 놈 골라라
키 큰 놈 골라라
두 딸년들 붙들고 야단이다
그랬건만
큰 딸년이 고른 사위 녀석도
애비 닮은 실패작이다
둘째 딸년 붙들고
키 큰 놈 잡아라
키 큰 놈 잡아라
그런데 둘째 년은
아직 키다운 키를 못 만났는지
40이 넘도록 고르고만 있다
세상에 키 작다고
못 할 것이 뭣인가
싶다가도
TV 광고판에 등장한
늘씬한 미남들 보면
기가 죽는다
하지만 아내여,
만일 내가 저렇게 잘 빠진 사내였다면
어찌 당신 차례까지 왔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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