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이야기가득/시 이야기

골목 피아노의 집 이준관

여락과 읽는 시

골목 피아노집의 봄 / 이준관

골목 피아노 집에
악보를 들고 소녀들은
피아노를 배우러 온다
해는 피아노집 지붕 위에
높은음자리표로 걸려 있다
피아노 소리를 쪼아 먹고
솜병아리처럼 노오란 부리를 재재거리며
피어나는 꽃들

햇빛과 봄비가 섞인 흙으로 키운
화분의 꽃을 팔러
꽃장수는 피아노집을 찾아온다
빨래줄에 앉아
첫 비행을 예감하며
눈부시게 날개를 떠는 새끼 제비들

골목에 핀 냉이꽃도
피아노집 빨래줄의 빨래도
오늘은 하이얀 건반이다
피아노 집 담장아래 핀
조그만 풍차 같은 민들레꽃
내 마음속에서도
노오란 풍차가 돈다

나는 삶이라는 악보를
옆구리에 끼고
골목 피아노집에
봄을 배우러 가고 싶다​

'이야기가득 > 시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무의 사랑법 김선태  (0) 2018.03.30
물의 연가 김연수  (0) 2018.03.30
카타령 임보  (0) 2018.03.30
생의 노래 이기철  (0) 2018.03.30
봄 우체부 이준관  (0) 2018.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