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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득/시 이야기

나무의 사랑법 김선태

여락과 읽는 시

나무의 사랑법 / 김선태

나무를 보면 날지 못한 것들이 생각난다
날고는 싶은데 날 수 없는 것들을 생각한다
햇빛 쏟아지는 하늘로 날아가고 싶어서
사방팔방으로 열망의 가지를 뻗고
그 가지마다 무수한 날개를 달고 파닥이지만
어쩔 수 없이 뿌리는 땅 속을 향하는 것들
어쩔 수 없이 뿌리를 땅 속에 묻어야 하는 것들
그래서 하늘과 땅 사이엔 나무가 있다
나무를 보면 날지 못한 것들이 생각난다
날고는 싶은데 날 수 없는 것들을 생각한다
햇빛 쏟아지는 하늘로 날아가고
까마득한 그리움의 거리가 있다
직립한 채 하늘 향해 두 손 모으는
간절할수록 이파리가 무성한 기도가 있다
그리하여 찬바람 부는 늦가을이면
제 메마른 이파리들을 아낌없이 털어
하늘로 날려 보내는 나무의 사랑법이여
닿을 수 없는 아득한 그리움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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