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락과 읽는 시
봄 아침엔 창문을 여세요 / 이기철
봄 아침엔 창문을 여세요
그러면 풀들의 숨소리가 들릴 것입니다
발이 간지러운 풀들이 반짝반짝
발바닥 들어 올리는 소리도 들릴 거예요
봄 아침엔 창문을 여세요
아픔처럼 꽃나무들 봉지 틔우는 소리 들릴 것입니다
햇살이 금가루로 쏟아질 때
열 마지기 논들에 흙이 물 빠는 소리도 들릴 거에요
어디선가 또옥똑 물방울 듣는 소리
새들이 언 부리 나뭇가지에 비비는 소리도
들릴 것입니다
사는 게 무어냐고 묻는 사람 있거든
슬픔과 기쁨으로 하루를 짜는 일이라고
그러나 오지 않는 내일을 위해
지레 슬퍼하지 말라고
산들이 저고리 동정 같은 꽃문 열듯
동그란 웃음 하늘에 띄우며
봄 아침엔 화알짝 창문을 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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