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까치꽃 / 정일근
겨울 속에서 봄을 보려면
신도 경건하게 무릎 꿇어야 하리라
내 사는 은현리서 제일 먼저 피는 꽃
대한과 입춘 사이 봄까치꽃 피어
가난한 시인은 무릎 꿇고 꽃을 영접한다
양지바른 길가 까치 떼처럼 무리지어 앉아
저마다 보라빛 꽃, 꽃 피워서
봄의 전령사는 뜨거운 소식 전하느니
까치도 숨어버린 찬바람 속에서
봄까치꽃 피어서 까치소리 자욱하다
그러나 콩알보다 더 작은 꽃은
기다리지 않는 사람에겐 보이지 않느니
보이지 않는 사람에게 들리지도 않느니
ㅎㅊ
그 꽃 보려고 시인이 무릎 꿇고 돌아간 뒤
솥발산도 머리 숙여 꽃에 귀 대고
오래 까치소리 듣다 제 자리로 돌아간다
두툼한 외투에 쌓인 눈을 툭툭 털고
봄이 산 135-31번지 초인종을 누르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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