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이야기가득/시 이야기

산/김용택

산 / 김용택

강물을 따라 걸을 때
강물은 나에게 이렇게 말했네
인생은 이렇게 흐르는 거야
너도 나처럼 흘러봐

하얗게 피어 있는 억새 곁을 지날 때
억새는 이렇게 말했네
너도 나처럼 이렇게 흔들려봐
인생은 이렇게 흔들리는 거야

연보라 색 구절초 꽃 곁은 지날 때 구절초 꽃은 이렇게 말했네
인생은 한번 피었다 지는 꽃이야
너도 이렇게 꽃 피어봐

커다란 느티나무 아래를 지날 때
느티나무는 이렇게 말했네
인생은 이렇게 뿌리를 내리고
그자리에서 사는거야
너도 뿌리를 내려봐

하늘에 떠 있는 구름 밑을 지날 때
구름은 이렇게 말했네
인생은 이렇게 허공을 떠도는 거야
너도 그렇게 정처 없이 떠돌아봐

내 평생 산 곁을 지나다녔네
산은 말이 없었네
산은, 지금까지 한마디 말이 없었네​

'이야기가득 > 시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빨래를 널며  (0) 2019.06.24
새도 듣고 바람도 듣고  (0) 2019.06.22
6월의 시  (0) 2019.06.21
내 그대를  (0) 2019.06.21
  (0) 2019.06.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