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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득/시 이야기

빨래를 널며

빨래를 널며 / 김현희

지난 여름에 입었던 옷들을 꺼내
빨아 헹궈서 유월 바람에 내다 넌다

뜨거운 태양이 절정을 달리기 전
적당한 열기로 지난 삶을 말린다

얼룩진 자국, 찌든 삶의 찌기가
물살 같은 유월 바람에 날려간다

눅눅한 고뇌와 빈 가슴에 이는
허허로운 지난 시간이 다려진다

유월 햇살에 빨래를 널듯
지난 시간들을 널어 말린다

바지랑대 세운 빨래 줄에
펄럭이도록 널어 바짝 말린다

새하얗게 두드린 광목 호청처럼
허술한 마음 널어 저 태양에
다려 반듯하게 개킨다

안개가 스며도 눅눅하지 않는
들꽃향기 섞인 달빛이 배어들고
빨래에서 숲 냄새에 하늘 냄새가 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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