틈/김성춘
틈이 고맙다
숨길을 터준다
숨 쉴 수 없는 틈은 죽음이다
날숨과 들숨의 틈이 아름다운 이유이다
틈이 고맙다
틈은 쪼개면 쪼갤수록 또 다른 틈이 생긴다
문과 문 그 틈새로
캄캄한 틈에 달빛과 별빛이 오고
꽃잎과 꽃잎 틈으로 벌과 나비 오고
악수하는 손과 틈 사이
입술과 입술 틈 사이
달콤한 사랑의 틈이 온다
새벽 다섯시와 새벽 네시 오십구분오십구초 그 틈새
푸른 새벽 찾아온다
틈을 사랑하는 나는
일하는 틈 운전하는 틈 헬스하는 틈 틈
시를 읽고 시를 산다
밥을 먹고 밥을 쓴다
폰 메시지 보내고 폰 메시지 먹는다
오늘도 나는 손녀가 ‘뽀로로’ 티비를 보는 틈새
잠시 틈을 내어
틈새 세상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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