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이성부
벼는 서로 어우러져
기대고 산다
햇살 따가워질수록
깊이 익어 스스로를 아끼고
이웃들에게 저를 맡긴다
서로가 서로의 몸을 묶어
더 튼튼해진 백성들을 보아라
죄도 없이 죄 지어서 더욱 불타는
마음들을 보아라 벼가 춤출 때
벼는 소리 없이 떠나간다.
벼는 가을 하늘에도
서러운 눈 씻어 맑게 다스릴 줄 알고
바람 한 점에도
제 몸의 노여움을 덮는다
저의 가슴도 더운 줄을 안다
벼가 떠나가며 바치는
이 넓디넓은 사랑
쓰러지고 쓰러지고 다시 일어서서 드리는
이 피 묻은 그리움
이 넉넉한 힘
'이야기가득 > 시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임양수 제 4집 마중물 (0) | 2021.03.24 |
---|---|
나사/권성훈 (0) | 2021.02.18 |
2월의 시 (0) | 2021.02.02 |
2월의 시 (0) | 2021.02.02 |
빵인을 위하여 남상광 시집 출간 (2) | 2020.08.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