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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득/시 이야기

나사/권성훈

나사/권성훈


자음과 모음 하나로 캄캄해지는 방에서
새로 돋아나지 못하는 움 말 돋는 걍
굽힌 어둠이 한 마디씩 펴지게
펴진 빛도 한 소절씩 굽히게
멈 길 걸어온 꽃송이 송이도
그날 피어나거나 그냥 오므린다
아득히 녹는 것을 얼어붙게 만들고
제다 멈춘 것을 죄다 닫히거나 가만히 열리고
말없는 말을 삼키며 얼음꽃 같이 슬어가는 당신
단단히 벽을 들어가 안으로 잠그고 있어
물방울같이 커지다가
혹, 우주같이 작아지다 사라지는 걸
길고 예리한 혀를 내밀면서
이른 아침 해를 돌리고 있는
무심코 갈라진 새싹에서 보고 말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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