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더스
김종진
그의 유일한 취미는
쓰레기 수집이다
수집한 그놈들은
집안 구석구석 차지하고
화려하게 비웃고 있다
먹구름 같은 욕심을 채우고
검은 소나기 퍼붓던 날 상관없이
보물로 쌓아놓은 수백 수천 톤의 욕망
버려진 말들을 주어 담고
떠다니는 문장들도 가로채며
겁 없이 문단까지 훔쳐온다
틈나는 대로 끼워 넣어 구겨진 한숨
경고등이 깜빡이는 컴퓨터 저장 공간
허기진 흰색 무표정
꽉 채워진 하드디스크로는 부족하다
사용여부 흐려놓고 집을 늘리며
아무리 소유해도 성에차지 않을
그것들을 모은다
쓰레기 옹벽에서 죽을 것을 알지만
빠져나오지 못한다
저장 강박의 병은 고칠 수 없다
쓰레기 바이러스
숨 막혀 헉헉 거린다
그러나 그의 쓰레기 수집은
멈추지 않는다. 지금도
2013. 3. 힐링가득 문학회
'이야기가득 > 시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흔들리는 인생 좋은 시 (0) | 2017.04.24 |
---|---|
휴 김종진 (0) | 2017.03.10 |
풀 김종진 (0) | 2017.03.10 |
이팝나무 꽃 시나위 (0) | 2017.03.10 |
낙화 김종진 (0) | 2017.03.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