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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득/시 이야기

호더스 김종진

              호더스

                                     김종진

 

그의 유일한 취미는

쓰레기 수집이다

 

수집한 그놈들은

집안 구석구석 차지하고

화려하게 비웃고 있다

먹구름 같은 욕심을 채우고

검은 소나기 퍼붓던 날 상관없이

보물로 쌓아놓은 수백 수천 톤의 욕망

 

버려진 말들을 주어 담고

떠다니는 문장들도 가로채며

겁 없이 문단까지 훔쳐온다

틈나는 대로 끼워 넣어 구겨진 한숨

경고등이 깜빡이는 컴퓨터 저장 공간

허기진 흰색 무표정

꽉 채워진 하드디스크로는 부족하다

 

사용여부 흐려놓고 집을 늘리며

아무리 소유해도 성에차지 않을

그것들을 모은다

쓰레기 옹벽에서 죽을 것을 알지만

빠져나오지 못한다

저장 강박의 병은 고칠 수 없다

 

쓰레기 바이러스

숨 막혀 헉헉 거린다

그러나 그의 쓰레기 수집은

멈추지 않는다. 지금도

 

 2013. 3. 힐링가득 문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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