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이 움직인다
최은묵
제 몸만큼
뻗었다 오므렸다
고추장 독을 올라가는
달팽이
김형은 달팽이 등껍질을 보고
날개가 굳어버린 거라고 했다
날 때부터
어머니의 짐을 나눠 졌다는
곱사등이 김형은
아들의 등에서 산이 된 어머니를
일평생 업고 다녀야 했다.
얼만큼 높이 오르면
등껍질이 녹아내릴까
더 높은 땅을 찾아
장독 뚜껑에 오른 곱사등이
짊어진 산이 꼬물꼬물 움직인다
빗물에 껍질 벗겨진 자리마다
날개가 새로 돋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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