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te 2024.10. 15. No1O 시필사
마 늘
_ 하병연
꽁꽁 언 땅속에서
아리고 아린 당신을 지상으로 올려
일생동안 꼿꼿하게 파란 촛불 견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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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병연 길 위의 핏줄들
마늘과 쌀을 싣고도 굳이 서 계신 어머니를 골목 어귀까지 모셔다 드렸다....
마늘하면 어머니가 생각나는데, 아버지와의 추억도 많다. 아리고 아린-
우리 아버지는 아리지는 않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깔끔하게 다듬어 주신 마늘 사진을 찍는다. 양파 망에 담겨있는 마늘이 여든 넷 아버지 처럼 말랐다.
마늘 캐는 일은 어머니께서 많이 하셨고, 엮거나 다듬거나 하는 일은 아버지 몫이었고 언제부터인가 반찬해서 주시는 것은 아버지께서 도맡아 하신다.
몇 해 전 내 잘못으로 마늘 여러 접을 까고 손이 아려서 병원에 다녀오신 적도 있었다. 마늘 장아찌, 마늘 꿀절임 등 반찬으로 간식으로 만들어 자식들 먹이려고 손이 아린적이 내가 아는 것만 해도 여러번이다.
냉장고에 아버지의 사랑이 가득이다. 샘플 두 병만 꺼내 본다. 꿀도 해마다 한 병씩 따로 사 주신다. 아버지의 사랑이 아리고 달콤하고.
아버지를 베란다에서 찍고 냉장고에서 꺼내고.
할 말은 많은데 나의 잘못을 끄집어 낼 수밖에 없는 부분이 많아서 부끄럽고 죄송하다. 주시는 대로 다 질먹었는가, 그 사랑과 정성을 버리기도 했는가.... 병 뚜껑을 열어 본다. 마늘 향이 식탁 가득 풍긴다. 아버지께서 잠깐 오셨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