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를 숙였네.”
멀리서 볼 때는 모르겠는데 가까이에서 보니까, 벌써 고개를 숙였구나. 입추, 말복, 처서를 지내며 이제 곧 추석임을 알고 알아서 고개를 숙였구나. 혹시 내가 보러 올 줄 알고 미리 고개를 숙였나. 때가 되면 고개를 숙여야한다는 것을 알려줘서 고맙다고 내가 먼저 고개를 숙였어야 하는데, 감사의 인사를 먼저 했어야 했는데. 미안한 마음만 두고 세월이 빠르게 지나갔구나.
한 평생 농사만 지으신 부모님, 겸손하고 겸허하게 자연을 숭배하신 어머니, 아버지 오늘은 자식 넷에 배우자들까지 8명이 친정에 와서 배추 심은 날~~
“농사는 때가 있는 법이란다, 내가 하고 싶다고 아무 때나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미루었다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계획을 세우고 하는 것도 아니며 계획을 세운다고 그대로 할 수 있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자연의 흐름에 맞춰야 한다.”
여행 계획을 짜고 부모님을 모시고 갈 수 없을 때가 있었다. 나의 행사 때문에 깨 심는 일을 미룰 수도 없었다. 그러면서 부모님은 늙어가셨고, 꼬부라지셨다. 이제 그만 농사지으란 말도 못하겠다. 해마다 그만 한다고 하시면서 농사를 지으시는 이유를 알기 때문이다. 오로지 자식. 자식들 때문이다. 손수 농사지어 건강한 재료를 주시고, 신선하고 싱싱한 음식을 만들어 먹이시려는 이유, 모든 부모가 그러하겠지만 나의 부모님은 그 마음이 더 크시다. 삶의 목적이 자식들 좋은 식재료, 좋은 음식 만들어 주는 것이라 하시니.
그런 부모님을 뵈면 고개가 숙여진다. 감사함의 마음이 보따리 보따리 들어차며 겸손해진다. 멀리서 바라만 볼 것이 아니라 ‘부모님께 매일 전화하기’ 실천하는 것도 좋지만 자주 찾아뵙고, 자주 안아드리는 것이 최고의 효도일텐데, 바쁘다는 핑계로 소홀하고 무심하고....
넘어져서 시술까지한 엄마 곁에 누워서 엄마를 꼭 안아드렸다. 손을 꼭 잡고 “제 기운을 드릴테니 가져가서 빨리 회복하세요.” 하고 왔다. 오늘 내가 드린 기운으로 더욱 건강하시길 바라며- 그만큼 건강하신 것에 감사하며~ 오늘도 나의 고개를 조금 숙인다.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조금씩 고개 숙일 줄 아는 효린이가 되기로.
30일 글쓰기 3일 째, 급하게 메모, 일기
영혼을 소중이 여기며 생각을 경영한다.
믿음에 굳게 서며 겸손히 섬긴다.
♦️감사일기
1.부모님께서 그 정도 건강하심에 감사합니다.
2.30일 글쓰기 작심삼일을 잘 넘기는 나에게 감사합니다.
3.높고 푸른 하늘을 보며 감탄하는 나의 로또에게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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