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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락인성심리연구소

추석

코로나 이후 시댁은 차례를 없애고 벌초 성묘로 대신한다. 친정도 코로나 전부터 차례를 없애고 납골당 인사로 대신한다. 이제 머지 않아 대신, 이런 말조차 없어질 것이다. 우리 고유 명절이 사라진다는 말이 아니다. 세대가 바뀌면 벌초도 조상에 대한 인사도 점점 줄어들 것이라는 말이다. 차례를 지내지 않고 국내, 해외로 여행을 떠나는 이들도 많다. 우리 가족도 추석 당일 부모님 찾아 뵈었다가 점심 먹고 골프 치러 간다. 남편은 금토일 내내 테니스를 쳤고 나는 금토일 내내 물건들을 버리고 집안을 정리하고 요리했다. 그리고도 월요일이 온전히 남았다. 많은 사람들에게 명절 연휴의 활동이 다채로워졌다는 뜻이다. 나는 연휴가 길어서 밀린 일을 할 수 있어 감사했다.
반면, 전통 방식을 따라 예전과 똑같이 차례를 지내는 집안도 많다. 둘째 아들 친구가 명절 때면 우리 집에서 자고 간다. 명절에 친척들이 많이 와서 거실까지 꽉 차서 본인 집에서 잘 수 없기 때문이라 했다. 우리집도 아파트, 방 세 개다. 하나는 사람 잘 공간 없는 책방, 하나는 안방, 하나는 내 컴퓨터가 있고 강의 준비하는 내 공부방이다. 아들과 아들 친구를 거실에서 자라고 할 수 없어 내 방을 내준다. 남편과 내가 사는 집에 오랜만에 오는 아들도 손님이다. 손님인 아들을 맞이하는 것이나 한 명 더 오는 것이나 똑같이 우리는 불편하지 않다. 청소와 요리는 한 번에 했고 아들 둘이 한번에 오는 것이니.
우리 세대가 끝나면 벌초, 차례, 성묘 등이 많이 없어질 것이다. 지금 흐름이 그렇다. 우리도 벌초 때 아들이나 조카들은 오지 않고 사촌, 오촌, 육촌 노인들만 모인다. 젊은 세대에게 오라고도 하지 않고 오길 바라지도 않는다. 물론 아들 친구네 처럼 전통을 지키는 집도 많겠지만 추세가 그렇다는 말이다. 무엇이 옳다, 그르다 할 수 없다. 그냥, 그래 그냥 즐거운 추석이다.

추석이 가까워졌습니다.
벼가 읽었습니다.
밤도 익었습니다.
감이 익어 갑니다.
즐거운 추석이 옵니다.

추석은 가을 안에서 풍성합니다. 즐거운 추석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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