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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락인성심리연구소

평수를 넓히면

‘당근’에서 안내 문자가 왔다.
-비움을 실천하고 계신 퀘렌시아 님, 정말 멋져요.
어제 집안 정리를 하다가 버리려고 마음 먹고 또 먹었던 일을 실천에 옮겼던 것이다. 뿌듯하고 시원하고 감사하다.

당근 사용은 두 번 째다. 1년 전에 칼라박스를 9개를 당근을 활용해 처분한 적이 있고, 이번에 다용도 쌀통과 장식장을 해결했다. 사실 지난 번에 칼라박스와 쌀통이 5,000원에 다 나갔는데 쌀통을 산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양보하라고 못 사겠다고 해서 다시 들여놓고 유용하게 사용을 했다.

나는 2년 전 부터 환경보호 차원으로 옷을 사입지 않겠다고 한밭미래센터와 각종 모임에서 그리고 지인과 가족들에게 공표했다. 예외는 있다. 애터미의 기본적인 옷과 아자몰 생방송으로 싸게 나오는 정장은 제외하기로 했고, 선물로 사 주는 옷은 받기로 했다. 그 소리를 듣고 에~~~ 하고 그게 무슨 옷 안사는 거냐고 비아냥 거리는 사람도 있었지만 남이 선물로 사 주는 옷은 내가 그동안 사입은
옷들과는 양적으로 차이가 많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생일, 결혼 기념일, 크리스마스 등에 받는 옷 선물 많지 않다. 남편이나 자식들이 얼마나 많은 옷을 사주겠는가.

생각대로 평수가 넓어졌다. 집이 환하다. 대만족이다. 물론 서운한 점도 많다. 그 쌀통은 집을 리모델링하고 고심하며 주방의 품격을 높이기 위해 마지막으로 샀던 물건이다. 쌀통을 얼마나 신중하게 고르고 골랐는지, 쌀통이 왔을 때 얼마나 기뻤는지 회의를 마치자마다 달려왔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리고 애착을 갖고 사용하기를 15년, 내 사랑이 묻어 살아 숨쉰다면 과장법일까? 필요한 사람에게 간다니 기쁘다.
장식장은 25년 됐다. 이 집을 사서 이사오면서 샀던 거실 장식장, 리모델링 하면서 작별을 했다. 처음엔 낮으며 가장 큰 가운데 토막이 버려지고 양쪽 장식장이 안방으로 옮겨졌다가 나무로 된 문 닫는 장식장이 버려지고 유리문으로 된 녀석도 집 안에서 여기저기 옮겨 다니다가 주방 한 켠에 자리를 잡았는데, 같은 동 주민에게 5,000원에 팔려갔다. 우리 부부가 내려다 주고 옆 라인에서 부부가 내려와 들어 갔다. 젊은 사람이라 생각했는데, 육십을 훨씬 넘긴 분들이다. 따뜻하고 좋은 주인을 만난 것 같아 기쁘다.
두 개를 팔고 오천원 씩 만원을 받았다. 돈을 벌려는 생각은 없었다. 그냥 나눔해도 좋겠다는 생각은 했지만 그동안 쌓인 추억을 버리는 느낌이 들어 쌀통과 장식장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는 지키고 싶었던 것이다. 팔아먹은 게 아니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말하고 싶다. 그 물건들에게도 영혼이 있으니, 미안해서... 내가 쓴 동화 <똥차라고? 내가?>에서 내가 주제로 삼았던 내용이기도 하다.

말한대로 평수가 넓어졌다. 간소하고 깔끔해졌다. 미니멀한 삶을 살려고 3년 전 부터 노력 중이다. 사는 것 보다는 버리기를 한다. 하나씩 버리면서 공간이 넓어진다. 옷장이 넓어지고 책방이 넓어지고 침실도 넓어진다. 신기한 것은 마음도 넓어진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정리할 물건이 줄어들면 청소하거나 청소해야지 하는 밀린 부담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생활이 간소해지면 홀가분하고 여유있는 시간을 누릴 수 있다. 그러므로 행복의 크기도 넓어진다. 그리하여 부자가 된 느낌이다. 없는데 부자라니 앞 뒤가 맞지않고 조화롭지 않은 말이지만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다. ‘청소력’ 힘이다.
작년에 칼라박스와 그 안에 쌓여있던 책들, 또 방마다 구석구석 세로로 쌓여 답답했던 책들을 버리고 평수를 넓혔구나 생각했는데, 아직도 버릴 것이 많다. 옷과 책은 일 년 동안 입지 않고 읽지 않으면 버리라는 말이 있다. 앞집 아주머니께서 이사가냐고 물었을 정도로 버렸고, 책 가져가는 아저씨는 왜 자꾸 나오냐고 한 트럭도 넘겠다고 짜증을 내셨던 모습이 떠오른다. 그때 나는 죽었다는 마음로 비웠다. 내가 죽으면 누군가가 치워야하는데, 내가 치우자, 나는 죽었다, 나는 주었다, 생각하며- 죽기 전에 치울 수 있는 것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하며...

’아나바다‘ 운동이 있었다. 아끼고 나누고 바꿔 쓰고 다시 쓴다는 의미로 1998년에 생긴 물자 절약과 자원 재활용을 실천하려는 움직임을 통틀어 하는 말이다.
’당근‘ 겨우 두 번 째 활용하는데 물자 절약과 자원 재활용의 훌륭한 도구다. 많은 사람들이 잘 활용했으면 좋겠다. 그런데 당근에서 너무 많은 거래를 하여 집안의 평수가 줄어든다면? 그건 문제다. 또한 감사함의 도구다. 분리수거 했다면 쓰레기 버리는 비용이 들어갔을텐데....

비움을 실천하고 계신 이 글을 읽은 당신, 멋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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