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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락인성심리연구소

시간은 금이다

“아빠가 유성에서 모임인데, 태워다 주세요.”
“왔다갔다 시간이 얼만데?”
“그렇게 멀지 않은데......”
“20분 씩 왕복 40분, 퇴근시간이니 60 분도 더 걸릴 수 있어. 그동안 일하면 나라도 구할 수 있을 걸. 칼럼도 못썼고 설거지도 못했고 밀린 게 얼마나 많은데, 차를 가져가고 술을 마시지 말든가 술을 마시려면 버스나 지하철 타고 가면 되지. 택시도 있고... 아빠께 말하지 마. 혹시나 하며 기대하면 엄마가 부담된다.“
폭풍 잔소리에 아들이 당황했을 것이다. 나는 살면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게 시간이다. 시간 활용을 잘하면 부자가 된 느낌으로 흐뭇하다. 예전에도 버스를 타기보다는 택시를 탔다. 시간도 얼마 차이 나지 않는데 돈을 아끼라는 아랫집 아주머니의 말씀에도 나름 당당했다. 시간이 남으면 다른 일을 할 수 있으니 그것이 훨씬 효과적이라 생각했고 마음의 통장에 돈이 쌓이는 느낌이었다. 자투리 시간에 화장실 청소를 할 수 있었고, 수업 자료를 준비할 수도 있었으니 그럴 때마다 나는 기쁘고 행복했다.
사람들과 점심을 먹고 커피숍으로 이동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물론 바로 수업이 있거나 다른 스케줄이 있었기 때문이었지만-- 그러나 별 일이 없더라도 커피숍으로 가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시간 낭비라 생각했고 간혹 가더라도 그 시간 안에서 안절부절 했다.

여유

며칠 전에 있었던 일이다. 기관 행사에서 사회를 보게 되었고 시낭송까지 하게 되었다. 여러 곳에서 많은 분들이 오는 자리였기에 신경을 써야했다. 시나리오가 올 때까지 나는 사회 진행만 생각하고 있었다. 시나리오를 받고 아차, 시를 외웠어야하는데.... 짧은 시는 외우고 긴 시는
낭독하기로 했다. 그리고 새벽까지 시나리오를 나의 입맛에 맞게 수정했다. 그리고 연습을 했다. 수정된 것을 보내기 위해 또 몇 시간 들여다보며 수정했다. 안정감있게 자신감 있게 진행을 잘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당일 아침, 사회를 직원이 봐야할 사정이 생겼다는 전화가 왔다. 나는 화부터 냈다. 화를 내고 있는 나를 알아차렸지만 의도적으로 화를 내고 있는 나를 보았다.

-거기에 시간 투자한 게 얼만데......

이해 못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 시간에 시낭송 준비를 했으면 더 잘할 수 있을텐데.., 억울하고 속상하고 답답하고 여러 감정이 쌓였다. 사정을 듣고 수긍을 하고 웃어 넘겼고 이 일을 계기로 작은 깨달음을 얻었다.

-여유 없음

그러고보니 시간에 쫓기며 살았다. 여유를 부릴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 스스로 앉아 있는 꼴을 보지 못했다. 빨리빨리 인간형이었다. 그저 목표를 향해 달렸다. 여유있게 살아야한다고 강의하고 다녔지만 이중적이었다.

-목표라

나에게는 불치병이 있다. 혈압 당뇨 없고 관절도 문제없고 골다공증도 수면 장애도 없는데 유전적인 병이 있다. 누구도 고칠 수없는 음치, 박치, 몸치다. 그런 내가 노래를 배우기 시작했다. 11월 행사에서 노래를 부르겠다는 목표가 있었고 목적이 있었기 때문에.

-그런데

물론 쉽지 않을 거란 생각을 했다. 그동안 몇 몇 선생님들께 노래를 배우려 했지만 도전에 실패하고 말았다. 내가 너무 못해서 나를 가르치는 선생님들이 불쌍해서 하다말았다면 투사일까... 이번 성악가 선생님은 노래를 가르치는 대가다. 지도 방법에 첫 시간부터 홀딱 반했다. 이 선생님께 배우면 노래 두 곡은 잘 부를 수 있겠다 싶었다. 어쩌면 그 동안은 선생님들 교육 방식이 마음에 안 들어서 이번 생에서 노래는 내가 할 일이 아니라며 포기했었나보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내가 즐기지 못하는 것을 알았다. 그날까지 그 노래를 완벽하게 하고 싶은 욕심만 앞서고 기초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고 결국 나는 안되는 거였다 생각하며 포기하고 있었다. 노래를 잘 배우서 잘 부르며 즐길 생각은 했지만 노래를 배우는 동안 즐길 생각은 못했던 것이다.

시간은 금이라는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그러나 그
시간에 여유라는 양념을 솔솔 뿌리며 살아야하지 않을까? 그 과정을 즐기고 과정 속에서 행복해야하지 않을까?
결과보다는 과정이라는 말에 촛점을 맞추며 살아야하지 않을까? 마음의 통장에 조급이라는 금보다 여유라는 금을 차곡차곡 쌓아가야하지 않을까?


1번 사진 설명-대박리 주인 글-

뭘까요?
풀꽃 목걸이?

아닙니다. 고추 종자 말리는 겁니다. 저래 꿰어서 바람 잘 통하는 곳에 달아두고 잊어버리면 됩니다. 하늘고추 노랑-검정, 튤립고추, 빼빼로 고추, 노랑 파프리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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