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마다 산에 오르던 때가 있었다. 해가 떠오르는 것을 보면서 내려올 때도 있었고, 내려왔을 때 해가 뜰 때도 있었다. 계절에 따리 다르기는 했지만 그 땐 참으로 부지런 했았다. 각기 다른 사람과 같이 갔었다. 해가 떠오르는 것을 보면서 내려올 때는 아는 원장님과 내려와서 해를 볼 때는 이웃집 아주머니와 함께 했었다. 내려와서 남편 밥을 챙겨 출근시키고 내려와서 아이들 챙겨 등교시켰으니 지금 생각하면 대단하다. 생각해보니 상대가 있을 때는 일찍 갈 수 있었다. 무서움을 타기 때문에 깜깜할 때 출발은 누구랑 함께 가야했다. 참으로 감사힌 일이었다. 누구랑 같이 못가게 되자 혼자 갔다. 출근시키고 등교시키고 갔으니 해는 이미 떠서 밝았고 사림도 많이 있었다. 큰 아이가 고 3이 된 해에는 아이를 태워다 주고 와서 산을 올랐고 내원사에서 매일 백팔 배도 했었다. 그 때는 젊었고 몸이 건강했다.
지난 월요일 부터 저녁에 산을 오른다. 내려올 때 어두워지니 무서워서 남편 퇴근하자마자 같이 올라간다. 매일 해 떨어지는 시간이 앞 당겨져서 내려올 때 겁이난다. 무서운 것은 우선 사람이고, 그 다음은 밤 길에 넘어질까 무서워서고 그리고 뱀이나 산 짐승들이 두렵기 때문이다. 엊그제는 뱀을 보고 소리 지르고 소름 돋아 움직이질 못했으니... 며칠 전에는 6시 25분에 해가 떨어지더니 어제는 6시 15분 쯤 떨어졌다.
해가 산 너머로 지는 것을 보면 떨어지는 것이 보인다. 움직이는 것이 다 보여 신기하다. 지구가 저렇게 빨리 돌아가는데, 내가 산을 걷고 있는데 내가 돌아가지 않고 해가 돌아가는 것처럼 보이는 것도 신기하다. 떨어지는 해는 참으로 곱다. 아름답다. 내 인생의 노을도 저렇게 아름다울 수 있을까? 다니엘이 시를 만난 날에서 처럼 저게 바로 시다. 사진으로 표현할 수 없는 안타까움이 있다.
점점 어두어지니 이제 산에 오를 수 있는 날이 며칠 남지 않았다. 오늘 저녁에 도솔산 노을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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