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9월 6일 3시 대전문학괸에서 조남익 시인의 회고전이 열린다. 먼저 대표시 2편이 낭송되고 개막과 함께 행사가 진행되는데, 시 두 편을 소개한다.
충청도 10 / 조남익
낙화암
진혼제여.
삼천주의 대나무에
삼천혼이 되살은
어리미친 불길이여.
강물에 잠긴
부소산
진달래 꽃 송이
새빨간 그 넋이여.
하늘 끝
바다 끝에
궁궐같은 노을 속
어지러이
춤을 추는
피리 소리여
삼천혼이여.
*1975년 월간 문학 3월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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水古里/조남익
푸짐하게 열린 얼굴들, 그 맑은 웃음들이 서로 부딪쳐 恩惠로운 波紋을 잉그리는 땅 위에서, 흘러가는 저 바람소리는 지금도 나의 귀에 들려오고 있네. ……아무것도 보이지 않네. 그러나 그 億萬 가지마다 휘엉청 늘어져서는 구르길 두어 번, 깃을 벌린 당신들은 쉬쉬 山嶽을 뛰어넘어 왼 山 왼 들을 다 채운 다음, 다시 돌아올 듯 가시네.
집이 본시 水古里에서도 上水古里인 나는, 천리고개 사흘, 또 바늘고개를 사흘, 그리고 물한바다 건너길 사흘, 아흐레를 눅눅히 젖어내야 하는지라, 아흐레를 또 누워서 가을을 볼밖엔 없네. 구릿빛 왼 몸뚱일 부끄럼없이 뻗고, 하늘을 지붕삼아 바위에 누울 양이면 山제비는 배 위에 똥을 깔겨 달아나고, 벌레처럼 늙어가는 가을이 덮이네.
이는 바람대로, 江물에 풀어헹군 이 서언한 소리들을 귀뿌리에 온 누리 차도록 물레로 감은 바에, 당신의 말씀들을 차마 잊힐리야 있나……. 수수목이 나오면 게가 논두렁을 내리고, 山아래 내 아우는 살찐 개구릴 잡아 닭에 쪼이며 조용히 당신의 곁을 지키네.
당신의 孤寂 앞에 저 빨간 山紅枾, 그리도 빛이 나 새끼처럼 올리워 高原 구석구석을 밝히는데, 오히려 億年의 陽光이 타는 듯 쌓여만 가네. 거적을 내다깔고 앉아, 구름을 불러 半身을 묻고, 해를 머리 위에…… 水古里땅, 돌부처님 이대로 짐짓 四海를 두 눈안에 닫아, 千歲 다스림 헤어 空中을 돌으리로다.
*1966년 현대문학 천료 작품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