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서 나의 스케줄을 체크하고 아침밥을 먹으며 남편의 스케줄을 체크한다. 나의 스케줄은 하루를 다 체크하고 남편의 스케줄은 저녁만 체크하면 된다. 나는 나의 비서이고 남편은 나의 주변인(?)이기에.
6시 50분 부터 밥을 먹는데, 내가 밥상을 차리고 남편은 평생해 온 자신의 루틴인 아침 운동을 한다. 나만 분주하다. 운동을 마친 남편이 아무런 생각없이 식탁에 앉는다. 냉장고에서 반찬을 꺼내기를, 숟가락이라도 놓기를 바라다가 말없이 내가 했다. 정년 퇴직 후 벌써 세 번 째 직장을 다니고 있으니 감사하기도 하고 애잔하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고... 오늘은 저녁 협력 업체들 회식이 있단다. 우린 농담을 잘 하는 편이다.
“그럼 당신이 갑이네요.”
“맞네, 내가 갑이지. ㅎㅎ”
남편은 표정, 목소리까지 흐뭇, 당당하다. 나는 살짝 비틀어 꼰 말을 한다.
“좋겠네요, 밖에서도 갑, 집에서도 갑”
“갑, 갑, 갑갑허다. ㅎㅎㅎ“
“ㅎㅎㅎㅎㅎㅎ 갑질만 하지 마세요.”
“갑인데? 갑질을 어떡게 안하지?“
갑은 갑으로 살고, 을은 을로 사는 게 맞다. 갑이 높고 을이 낮다는 말은 아니다. 갑이 좋고 을이 나쁘다는 말이 아니다. 각자의 기질대로 성향대로 살아야한다. 나는 양갑, 양목의 사주를 가지고 있으니 오히려 내가 갑이다. 어머니다. 큰 나무다. 큰 나무는 큰 나무 역할이 있고 풀은 풀의 역할이 있다. 세상에서 자신을 필요로 하는 곳에 쓰임이 있고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면 그것으로 된다. 자신을 알고 이해하며 성숙하고 성찰하며, 공감하고 소통하고, 겸손하게 배려하고 섬기며 갑은 갑대로 을은 을대로 나는 나대로 너는 너대로 각자 자신을 역할을 성실히 수행하며 산다면 세상은 갑갑하지 않을 것이다. 사람들의 마음이 하늘처럼 높고 푸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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