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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락인성심리연구소

어머니 생신

오늘 여든 넷, 어머니 생신이다.
나의 축하 인삿말과 동시에 친정 카톡 방에 불이 났다. 부모님의 자식들이 어머니 생신 축하 인사를 예쁘게도 잘한다. 잠시 후 또 불이 났다. 아버지께서 어머니를 위해 장을 봐서 차린 음식을 사진 찍어 올리셨기 때문이다. 이따 오후에 또 불이 날 것이다. 내가 꽃 선물을 보내면 아버지께서 올리실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물론 8명의 자식과 손자 손녀들이 전화 했고, 못한 사람은 이따 할 것이니 어머니의 전화통에도 불이 날 것이다. 생신 잔치는 며칠 전, 토요일에 했기 때문에 오늘은 전화로만 하는 것이다. 가까이 실았으면 갔다와도 될텐데,,,, 왕복 2시간 80분, 3시간 10분이 걸리기 때문에 목소리와 손가락만 다녀온다. 마음이라도 갔으니 그만이지, 지난 번에 다녀왔으니 됐지,,, 아니, 불효다.

어머니 아버지 약혼 사진 결혼 사진

-사진 두 장 이야기
지난 해 가을 이라 했으니 2014년, 텔레비전에 출연하신지 만 10년이 지났다. 그때는 지금에 비해 새댁이었다. 점점 늙어가는 부모님이 보인다. 점점 쇠약해지는 부모님이 보인다. 누구는 익어가는 것이라 하지만 나는 점점 죽어가는 것이라 표현하고 싶다.
자난 번 아들에게 할머니, 할아버지께 자주 전화해라, 언제 돌아가실지 몰라, 했더니 엄마는 딸이면서 그런 말을 한다고 한마디해서~ 여든 넷이야. 돌아가신다는 생각을 해야 효도하지, 평생 살아계신다고 생각하면 효도해야지, 해야지,,,, 하다가 돌아가시면 끝이야, 했더니 아무ㅜ말을 못했다.


-다시 돌아가 앞 이야기
’매일 부모님께 전화하기‘를 실천하고 있다. 잘한다고? 아니다. 요즘은 하루 두 세번 통화를 한다. 전화로라도 부모님을 살핀다. 실천의 의지를 보여주고자? 내 마음 편하자고? 아니다. 요즘엔 생각날 때마다 그냥 전화를 건다. 물론 어머니께서도 전화를 건다. 나는 어머니의 전화를 학교 수업 때 빼고는 무조건 받는다. 전화하고 싶을 때 아무런 생각없이 편하게 전화하시도록.. 딸이 바쁘구나 생각하시면 전화할 때 망설이기 때문이다. 나는 어머니께 바쁜 딸이지만 안 바쁜 딸이다. ㅎ

-남은 이야기
어제는 오늘이 어머니의 생신 인 걸 나는 몰랐다. 그날 그날 스케줄에 충실하기 때문이다. 다음 날, 그 다음 날도 아침이면 일주일 스케줄을 살펴보지만 그날 할 일이 아닌 것은 내 생각에 안 들어오고, 내가 못할 일은 딱, 잊어버리는 머리가 발달했다. 어제 아버지께서 갈비 사러 가셨다는 이야기를 들어도 그런가보다 했다. 생신상을 차리기 위해 직접 운전하여 2,30분 시장에 국거리와 조기 갈비 해파리 떡 등등 사러 가셨는데,,, 오늘 아침에 들었다. 아버지는 어머니 좋아하시는 해파리 무침을 해야지, 해파리를 속으로 생각하고 나가셨기 때문에 해파리를 사고 이것 저것 시장을 보고 흐뭇하게 오셨는데, 어머니께서 갈비는? 하시는데 그제서야 아차 하시고, 어머니 몰래 갈비를 사오셔서 만들었다고. 어머니랑 통화할 때는 부럽다고 하고 아버지랑 통화할 때는 대단한 사랑 꾼이라 하고.. 친정 어머니의 요리는 진짜 맛있다. 그런데 친정 아버지의 요리도 정말 맛있다. 해파리 무침은 누구도 따라가지 못한다. 쉰이 훨씬 넘은 딸 셋, 며느리는 감히 흉내도 못 낸다.

두 분이 결혼 후 그렇게 육십 평생을 살아오셨다. 자식인 나는 한 가지 소원 뿐이다. 두 분이 더 건강하게 오래 사시길. 조금 아프다 돌아가시길. 그리고 두 분이 비슷한 시기에 돌아가셔서 외롭지 않으시길.

-쓰다보니 시간이 많이 지났음 다시 읽을 시간 없음. 많이 수정해야 할 글, 어제 차에 휴대폰을 두고와 인증을 못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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