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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락인성심리연구소

술을 마시며

웃지 않으면 그대는 바보

“요즘 많이 웃고 사시나요?”
영국 옥스퍼드 의과대학 연구팀은 어린아이와 어른의 웃음에 대해 연구했다. 어린아이는 하루에 400∼500번을 웃는다고 하고, 어른이 되면 웃음은 하루 15∼20번으로 감소된다고 사실을 밝혀냈다. 어렸을 때 그렇게 잘 웃던 사람이 성장하면서 웃음을 잃어가는 이유가 무엇일까?
내가 강의하러 가는 학교 계단에는 좋은 글이 많이 쓰여 있다. 한 계단, 한 계단 다 좋은 명언이라서 마음에 새기며 올라가는데 나를 가장 슬프게 생각하는 글이 있었다. 나는 그 글 앞에서 서서 멈춰 섰고 움직이질 못했다. 그것은 ‘오늘은 몇 번 웃으셨나요?’ 라는 글이다. 많이 들었던 말이고 그냥 들으면 평범함 말인데, 얼마나 웃지 않았으면 이런 말이 나왔을까? 나는 많이 웃고 사는가? 나는 진정으로 행복한가? 나는 다른 사람들을 즐겁게 하고 있는가? 를 생각하니 가슴이 답답해졌다. 그 글 하나로 나의 내면을 돌아보는 시간이 길었다.
프로이트는 무의식을 발견한 사람은 자신이 아니라 ‘시인’이라고 했고, 심리극 싸이코드라마라는 용어에 이어 심리시 싸이코 포이트리라는 용어도 생기게 되었다. 1960년 대에 오면서 집단 심리 치료의 발달과 더불어 심리치료사들이 시 치료를 함께 사용하기 시작했다. 요즘은 시치유에 관한 책도 많이 나오고 대중화 되고 있다.

  달팽이 뿔 위에서 무엇을 다투는가
  부싯돌 불꽃처럼 짧은 순간 살거늘
  풍족한 대로 부족한 대로 즐겁게 살자
  하하 웃지 않으면 그대는 바보

내가 일주일에 한 번씩 가는 주간보호센터에서 어르신들과 이 시조를 낭송하고 시원하게 웃어 제키면 바보가 아닌 느낌이 든다. 그런데, 때론 바보가 된 느낌이 들기도 한다. 맨 마지막 부분 ‘웃지 않으면 바보’라고 하고 인지능력이 없으시거나 치매 진단을 받으신 분들께서 알아들으시고 웃기도 하고 내가 바보처럼 환하게 웃으니 따라 웃기도 한다. 어쨌든 웃으면 기운이 생긴다. 웃는 일은 에너지를 받게 한다. 주변을 밝게 만든다. 이 글 읽기를 잠깐 멈추고 웃어보기를 바란다. 10초만 웃으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면 웃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 기분으로 크게 웃어보기를.
스스로를 바보라고 하셨던 김수환 추기경 님, 위에 있는 시조를 지으신 당나라 문장가 백거이 선생, 웃어버려라의 헨리 루더포드 엘리엇 시인, 이 세 분은 시공간을 초월한 웃음과 관계된 ‘바보’들이다.
“사람이 하는 걱정 중에는 절대로 발생하지 않을 사건에 대한 걱정이 40%, 이미 일어난 사건에 대한 걱정이 30%, 별로 신경 쓸 일이 아닌 작은 것에 대한 걱정이 22%, 우리가 어떻게 해도 바꿀 수 없는 사건에 대한 걱정이 4%, 우리들이 해결해야 할 진짜 사건에 대한 걱정이 4%라고 한다. 결국 사람들은 96%의 쓸데없는 걱정 때문에 마음껏 웃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다.
소문만복래 라는 말이 있다. 웃는 집 대문으로 온갖 복이 들어온다는 말이다. 긍정을 품고 있는 사람의 웃음 속에는 고민과 걱정을 풀어 줄 성공의 열쇠가 있다. 지금 다시 한 번 한바탕 웃어보시길.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중국 전국시대의 일이다. 양나라 혜왕과 제나라 위왕이 서로 불가침 조약을 맺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위왕이 이 맹약을 깨뜨리고 도발하자 혜왕은 크게 노했다. 그는 자객을 보내 위왕을 암살하려고 했다.
왕이 자신의 계획을 말하자 신하 공손연은 차라리 군사를 일으켜 제나라를 치자고 주장했고, 계자는 전쟁은 안 된다고 반대하고 나섰다. 화자도 민심을 혼란에 빠뜨리는 계획을 철회 하라고 나섰다.
신하들 사이에 의견이 대립하자 혜왕은 재상 혜자를 불러 의견을 물었다. 혜자도 기회를 보아 왕을 깨우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는 백성 사이에 현자로 존경받고 있는 대진인 이라는 인물을 데리고 왕을 찾았다. 대진인이 말했다.
"왕께서는 달팽이라는 미물을 아십니까?"
"알지요."
"그 달팽이의 왼쪽 뿔 위에 촉씨라는 자가, 오른쪽 뿔 위에는 만씨라는 자가 각각 나라를 세우고 있습니다."
왕이 듣다가 이 무슨 뚱딴지같은 이야기인가 싶어 눈을 크게 뜨고 그를 바라보았다. 왕이 반응하자 대진인이 말을 이었다.
"이 두 나라가 가끔 땅을 다투어 싸움을 벌이는데, 시체가 무려 수만이나 되고 달아나는 적을 추격하느라 보름이나 지나 돌아온다고 합니다."
"허. 그런 거짓말이 어디 있소?"
대진인이 말했다.
"왕께서는 우리가 사는 사방과 위아래에 끝이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없지요."
"그 끝을 모르는 우주 속에 위라는 작은 나라가 있고 위나라 속에 양이라는 또 작은 도성이 있고 그 양이라는 도성 안에 왕이 계십니다. 그렇다면 왕은 이 무한한 우주에 비하면 달팽이 뿔 위의 촉씨나 만씨와 무슨 차이가 있겠습니까?"
졸지에 달팽이의 한쪽 촉수가 되어버린 양혜왕은 대진인의 말을 듣고 크게 깨닫고 쓴웃음을 지었다.
『장자)』 「칙양편,에 실린 우화로서 '달팽이 뿔 위에서 다툰다‘ 라는 성어는 여기에서 비롯되었다
흔히 '와각지쟁’이라고 쓰는 이 성어는 세상에 흔히 일어나는 다툼이라는 것이 실상은 달팽이 뿔 위에서 벌이는 하찮은 싸움과 다를 게 없다는 뜻이다. 크고 작은 다툼에 연연하지 말고 여유를 가지고 살라는 의미로 자주 쓰이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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