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te 2024. 10.21
No112 시필사
낙엽끼리 모여 산다
조병화
낙엽에 누워 산다
낙엽끼리 모여 산다
지나간 말을 생각지 않기로 한다
낙엽이 지는 하늘가에
가는 목소리 들리는 곳으로 나의 키는 기웃거리고
얇은 피부는 햇볕이 쏟아지는 곳에 초조하다
항시 보이지 않는 곳이 있기에 나는 살고 싶다
살아서 가까이 가는 곳에 낙엽이 진다
아, 나의 육체는 낙엽 속에 이미 버려지고
육체 가까이 또 하나 나는 슬픔을 하시고 산다
비 내리는 밤이면 낙엽을 밟고 간다
비 내리는 밤이면 슬픔을 디디고 돌아온다
밝은 나의 소리에 차고
나는 나의 소리를 비비고 날을 샌다
낙엽끼리 모여산다
낙엽에 누워 산다
보이지 않는 곳이 있기에 슬픔을 마시고 산다.
낙엽끼리 모여 산다. 이 시에서 내게 제일 가슴에 와 닿는 말이다. 오늘 따라 낙엽 쓰는 경비 아저씨의 모습과 모인 낙엽들이 보인다. 가을 비에 젖은 낙엽들이 애처롭다. 그렇게 쌓인 낙엽 속에 한 잎의 내가 있다. 나와 함께 더불어 사는 사람들, 내가 함께 더불어 사는 사람들~ 때론 마른 낙엽이고 때론 젖은 낙엽이고 때론 밟히는 낙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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