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0.22. No. 113 시필사
태어나 두 달이 되었을 때
아이는 저녁마다 울었다
배고파서도 아니고 어디가
아파서도 아니고
아무 이유도 없이
해질녘부터 밤까지 꼬박 세 시간
거품 같은 아이가 꺼져버릴까 봐
나는 두 팔로 껴안고
집 안을 수없이 돌며 물었다
왜 그래.
왜 그래.
왜 그래.
내 눈물이 떨어져
아이의 눈물에 섞이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말해봤다
누가 가르쳐준 것도 아닌데
괜찮아.
괜찮아.
이제 괜찮아.
거짓말처럼
아이의 울음이 그치진 않았지만
누그러진 건 오히려 내 울음이었지만, 다만
우연의 일치였겠지만
며칠 뒤부터 아이는 저녁 울음을 멈췄다
서른 넘어야 그렇게 알았다
내 안의 당신이 흐느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울부짖는 아이의 얼굴을 들여다보듯
짜디짠 거품 같은 눈물을 향해
괜찮아
왜 그래, 가 아니라
괜찮아.
이제 괜찮아
-한강 작가의 서랍에 저녁을 넣어두었다 에서
2024년 10월 10일은 역사적인 날이다.
노벨문학상을 대한민국의 "한 강" 작가에게 수여하게 된다는 기쁜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괜찮아를 읽고/종진
내 안의 당신이 흐느낄 때
왜 그래, 가 아니라 괜찮아, 라며
안아주고 토닥이고 보듬어주어야지.
내 안의 당신이 흐느낄 때
왜 그래, 가 아니라 괜찮아, 라면
거짓말처럼 웃음 꽃송이 피어나겠지.
괜찮아, 괜찮아, 이제 괜찮아, 를
주문처럼 반복하고 반복하여 소리 내면
그 소리 마법의 골짜기까지 스며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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