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이다.
”와우, 역시 우리 남편.“
오롯 세미나를 다녀왔는데 식탁 위에 올갱이 국물과 건더기인 아욱이 비닐봉지에 싸여 놓여있다. 어울리지 않게 호들갑을 떨며 통째로 들고 국물만 조금 마셨다. 남편이 들리게 혼잣말로
”맛있다. 2년 전에 먹고 처음이네.“
-아침에 나눈 대화
남편이 추계 체육대회를 한단다. 옥천 일원을 다녀온단다. 아침에 출근했다가 옥천에서 올갱이 국을 먹고 정지용 문학관과 부소담악에 다녀온단다. 체육대회를 고급지게 문화기행, 문학기행으로 하시네, 은근 칭찬하며-
‘올갱이국 맛있겠다’ 했더니 남편이 금강옥천올갱이인지 옥천금강올갱이인지 식당 위치는 아는데 식당 이름을 모르겠단다. 내가 찾아서 영업을 하는지 알려주었다. 저녁엔 6시 30분에 문을 닫는 점이 특이했다. 시골이라 그런가하며 목소리에 힘을 실어 ‘올갱이 국 맛있겠다.’했다.
-또 다른 대화
남편이 못 알아듣는다. 남편들은 아내들의 말을 잘 못 알아듣는 특징이 있다. 잘 못 알아듣게 하는 아내들의 잘못도 있으니 남편들의 구체적인 대화로 바꿔말했다.
“올갱이국 맛있게 먹고 사오세요.”라고. 또박또박
말을 흐리며 남자들 여럿이 먹는데 자기만 사올 수는 없다고 한다. 서운하지는 않다. 남편들은 원래 그러하니. (가끔 잘하는 남편하고 전혀 안 그런 남편들에게 살짝 죄송) 그래도 포기는 하지 않았다. 더 구체적으로 알아듣기 쉽게 말했다.
나는 제작년에 모임을 하다가 올갱이국 먹고 당신주려고 포장해왔는데,
먹다가 남편이 좋아한다고 하나 포장해 달랬더니 남편 먹이겠다고 하니 현모양처라고 두 개 포장해서 주던데,,,,,
‘아, 올갱이국 먹고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답을 안하는 남편.
그런데 올갱이국을 사왔다니.
그 자리에서 말을 할 수 있는 용기를 낸 남편 대단해요, 고마워요. 와우, 진짜 사왔네, 기특하다...,,,
아침까지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칭찬은 살면서 아끼지 말아야할 대표적인 것.
어제 저녁 먹고, 아침에 남편 국을 끓이지 않게 많이도 사 오셨네. 고마워요. 역시 우리 남편이야, 최고야.
입에 침을 바르면서 말했다. 바로 앞에서 또는 멀리서 때론 혼잣말로.
아니, 내가 할 수 있는 칭찬들을 다 쏟아부었다. 강하게 약하게 강약약 중강약약....
칭찬할 거리가 한 대접 또 남았다. 저녁에 남편이 먹을 국, 결국 본인이 먹고 칭찬도 받고.
'여락인성심리연구소'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감으로 감사 (1) | 2024.10.29 |
---|---|
차 한 잔 하시겠어요? 이해인 (1) | 2024.10.28 |
정년이 판소리 (3) | 2024.10.25 |
모든 순간이 꽃봉오리인 것을 정현종 (1) | 2024.10.23 |
괜찮아 한강 시 (0) | 2024.10.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