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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득/시 이야기

꽃 먼저 와서 류인서 여락과 읽는 시 꽃 먼저 와서 /류인서 횡단보도 신호들이 파란불로 바뀔 동안 도둑고양이 한 마리 어슬렁어슬렁 도로를 질러갈 동안 나 잠시 한눈팔 동안, 꽃 먼저 피고 말았다 쥐똥나무 울타리에는 개나리꽃이 탱자나무에는 살구꽃이 민들레 톱니진 잎겨드랑이에는 오랑캐꽃이 하얗게 붉게 샛노랗게, 뒤죽박죽 앞뒤 없이 꽃피고 말았다 이 환한 봄날 세상천지 난만하게 꽃들이 먼저 와서, 피고 말았다​ 더보기
봄의 정원으로 오라 여락과 읽는 시 봄의 정원으로 오라/잘랄루딘 루미 이곳에 꽃과 술과 촛불이 있으니 만일 당신이 오지 않는다면 이것들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그리고 만일 당신이 온다면 이것들이 또한 무슨 의미가 있는가​ 더보기
사랑하는 당신을 위해 여락과 읽는 시 사랑하는 당신을 위해 / 황순정 사랑하는 당신을 위해 ... 한 송이 꽃은 못 되어도 기도하는 바람의 향기로 당신과 함께이고 싶습니다 사랑하는 당신을 위해 저 하늘 별은 못 되어도 간절한 소망의 눈빛으로 당신께 꿈을 드리고 싶습니다 사랑하는 당신을 위해 숨 막히는 열정은 못 드려도 먼 훗날 기억되는 날 당신 입가에 피는 미소이고 싶습니다 사랑하는 당신을 위해 한 자리 그리움 같은 섬은 못 되어도 슬픔까지 씻어 줄 수 있는 당신만의 파도이고 싶습니다 사랑하는 당신을 위해 무엇하나 할 수 없는 몸이지만 변함 없는 순수의 마음으로 당신과 함께하는 영혼이고 싶습니다​ 더보기
삼월 조병화 여락과 읽는 시 삼월 / 조병화 싹이 솟아오른다 무서운 힘으로 솟아오른다 겨울을 물리치고, 대기를 뚫고 창공으로, 창공으로 그 무한으로 겁 없이, 두려움 없이 거리낌 없이 솟아오른다 그건 놀라움이다, 확인이다, 희열이다 신비에 가득찬 우주, 생명이라는 거다​ 더보기
당신이 따뜻해서 봄이 왔습니다 김남권 여락과 읽는 시 당신이 따뜻해서 봄이 왔습니다 / 김남권 당신이 따뜻해서 봄이 왔습니다 당신의 마음이 머문 자리마다 꽃망울이 터지고 당신의 손길이 머문 자리마다 이파리가 돋아납니다 당신이 따뜻해서 봄이 왔습니다 당신의 함박웃음 소리에 꽃망울이 터지고 당신의 해맑은 미소에 꽃잎들 눈인사 합니다 당신과 함께 온 이 봄 당신이 따뜻해서 봄이 왔습니다 더보기
여름 밤 유금 여락과 읽눈 시 여름 밤 / 유금 저녁먹자 초승달이 아까워 사립문 닫고 더위에 누웠네 하늘 맑으니 모기가 귓가를 지나고 볕 흩어지니 거미가 처마로 내려오네 박꽃은 하얗게 피고 국화잎은 점점커지네 이웃집 아이 달노래 부르는데 그 가락 어찌 그리 간드러진지 더보기
여름 최영철 여락과 읽는 시 여름/최영철 쌈 싸먹고 싶다 푸른색을 어쩌지 못해 발치에 흘리고 있는 잎사귀 뜯어 구름 모서리에 툭툭 털고 밥 한 숟갈 촘촘한 햇살에 비벼 씀바귀 얹고 땀방울 맺힌 나무 아래 아, 맛있다 ----------------------- 상추잎 따다가 뜨거운 밥 한 숟가락에 씀바귀 얹어 쌉쌉름한 여름을 맛있게 먹고 싶다~ 더보기
골목에서 박재삼 여락과 읽는 시 골목에서 / 박재삼 아직 한두 살이 모자라 학교에 못간 아이들이 어젯밤 꿈의 줄기를 그대로 남긴 채 세수도 안한 얼굴로 골목에 나와서는 봄추위를 건너려고 서투른 뜀뛰기를 하고 노는 것 참 보기 좋아라. 맑은 공기 한 다발도 밝은 햇빛 한 다발도 이들 옆에 와서는 별 수 없이 콧물을 예사로 흘리고 말소리는 어딘지 혀가 짧아 이 세상에서 제일 에누리 없는 제값을 하고 있는 그 장면 역시 보기 좋아라. 더보기
기도 최영희 여락과 읽는 시 기도 / 최영희 기도한다는 것은 나를 바꾸는 것 물들고 오염된 나를 씻어 진실한 마음으로 맑히는 것 마음을 비우고 허공처럼 넓혀 겸허하고 낮은 자세로 나를 내리는 것이다 기도한다는 것은 지혜로워지는 것 우주의 에너지를 내 안에 담아 잠자던 본성이 밝아지는 것 자연의 이치를 깨닫고 받아들여 진리와 함께 충만해지며 평온하게 살아가는 것이다 기도한다는 것은 나누어주는 것 바라고 비는 것이 아니라 의지를 키워 힘을 얻는 것 너와 나를 허물어 자비를 베풀며 세상과 더불어 하나 되고자 사랑을 실천하는 것이다 기도한다는 것은 큰 뜻을 세우는 것 참회하고 원력을 굳건히 하여 다 같이 행복한 세계로 가는 것 남의 고통이 나의 고통이 되고 남의 기쁨이 나의 기쁨이 되어 하나의 꽃으로 피어나는 것이다 . 더보기
깨금발로 보는 풍경 최재경 최재경 시인께서 전화하셨다. 앞 마당으로 나오란다^^~같은 아파트, 같은 동 주민이다. ​'깨금발로 보는 풍경' 귀한 시집을 한 권 주신다. 따끈따끈하다. 시인님의 문운과 건강을 빌며 잘 읽겠습니다^^~​'시와 에세이' 대표님께서 출판을~~ 오탁번 교수님께서 추천사를~~ 김완하 교수님께서 시평을~~​​​​​​ 더보기
햇살에게 정호승 ---여락과 읽는 시--- 햇살에게 / 정호승 이른 아침에 먼지를 볼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제는 내가 먼지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래도 먼지가 된 나를 하루 종일 찬란하게 비춰주셔서 감사합니다. ​ -------------------------------- 볼 수 있게 해주시고, 알 수 있게 해주시고, 그런 저를 찬한하게 비춰 주셔서 감사합니다. 빛 날 수 있게 지지를 해 주시고 용기를 주셔서 고맙습니다. 저도 이제는 햇살같은 사람이 되어야겠지요^^~ 더보기
꽃 김춘수 --여락과 읽는 시-- 꽃 / 김춘수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 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의미가 되고 싶다.​ ------------------------------------ 잊혀지지 않는 의미가 될 사람이 곁에 있으신가요? 없다면 내가 먼저 그에게 의미있는 사람이 되십시오. 그의 이름을 먼저 불러주세요. 꽃으로 만들어주세요~ 인간은 의미를 부여하며 살게 마련입니다. 더보기
김명아 시집 순례기 김명아 선생님의 시집 '순례기' 잘 받았습니다. 감사히 읽겠습니다. 김명아 시인님의 건강과 문운이 함께 하시길 바랍니다~ 오름시선집 39 ​바다 빛이 변했다 바다에 섰다 어떤 기적이라도 일어날 듯 온 몸을 흔들며 소리친다 귓바퀴에 부딪혀 소용돌이치는 파도소리​​​ 더보기
정월대보름 정양 ---여락과 읽는 시 --- 정월대보름 / 정양 머슴집 아이들 부잣집 아이들 함께 어울려 밥 빌러 다니는 날 아이들 소쿠리에 집집마다 아낌없이 밥을 퍼주는 날 오늘은 하루에 오곡밥 아홉 번을 먹는 날이다 오곡밥이 별거냐, 집집마다 퍼주는 밥을 소쿠리에 섞어 먹으면 오곡밥이지 절구통 위에 걸터앉아서 개하고도 나눠 먹는다 있는 집이나 없는 집이나 이렇게 골고루 나눠 먹으면 이 세상에 걱정할 게 뭐 있겠냐고 다가온 보릿고개보다 더 뒤에 다가올 더위나 걱정하자는 듯이 내더우내더우내더우 니더우내더우맞더우 더위 팔아먹고 되파는 재미로 코앞에 다가온 보릿고개 짐짓 잊어보는 널널한 정월대보름 더보기
더불어 살자 오세영 여락과 읽는 시 더불어 살자 / 오세영 봄을 기다리는 마음이 양떼보다 더 간절한 자는 아마 없을 것이다. 봄이 오는 소리를 행여 놓칠까, 긴 겨울, 대지에 귀를 열고 견디는 양. 양은 자연을 거스르지 않은 까닭에 결코 오는 봄을 의심치 않는다. 봄을 맞이하는 마음이 양떼보다 더 고운 자는 아마 없을 것이다. 먼데서 오는 그가 행여 추위에 떨까, 포근한 털옷으로 감싸 안은 양. 양은 항상 이웃과 더불어 사는 까닭에 남의 고통을 안다. 봄을 간직하는 마음이 양떼보다 더 순결한 자는 아마 없을 것이다. 그 찬란한 봄빛이 행여 더럽혀질까, 정결한 흰옷으로 갈아입고 강가에 서는 양. 양은 결코 서로 다투지 않은 까닭에 한 모금의 사랑도 나누어 마실 줄 안다. 대지에 귀를 대면 아아, 지금은 멀리서 봄이 오는 소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