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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득/시 이야기

지리산 연가 김태근 시집 월간문학출판부에서 김태근 시인의 시집 '지리산 연가' 가 출간되었다. 좋은 시집을 보내주신 연당 김태근 시인께 감사드리며 건강과 문운이 함께 하길 바란다.거의 모든 시인들은 자신의 시에 만족하지 못한다. 겸손해서라기보다는 더 잘 쓰고 싶기 때문일 것이다. 나또한 어떤 시는 몇 백번씩 퇴고하다가 결국은 묵혀두거나 버리는 경우가 많은 이유다. 만족하며 시를 쓰는 것 보다는 늘 부족하다는 느낌으로 시를 쓰다보면 좋은 시를 쓸 수 있는 까닭이다. 다음 시인의 말에 공감한다 --여전히 부족하지만 그저 반성문을 쓰듯 일기를 쓰듯 시를 쓴다. 문장이 다리를 쩔룩거릴지라도 나는 다시 일어나 견자의 길을 걸어가리라. -시인의 말 중에서- 지리산 연가/연당 김태근 앙상하게 서 있는 고사목 사이로 끝없이 펼쳐진 철쭉의 향연.. 더보기
좋은 시, 어버이 날 엄마가 휴가를 나온다면 / 정채봉 하늘나라에 가 계시는 엄마가 하루 휴가를 얻어 오신다면 아니 아니 아니 아니 반나절 반시간도 안 된다면 단 5분 그래, 5분만 온대도 나는 원이 없겠다 얼른 엄마 품속에 들어가 엄마와 눈맞춤을 하고 젖가슴을 만지고 그리고 한 번만이라도 엄마! 하고 소리 내어 불러보고 숨겨놓은 세상사 중 딱 한 가지 억울했던 그 일을 일러바치고 엉엉 울겠다. 친정엄마 / 고혜정 사랑한다고 한 번도 말하지 않아서 미안해. 힘들 때 왜 날 낳았냐고 원망해서 미안해. 엄마 새끼보다 내 새끼가 더 예쁘다고 말해서 미안해. 언제나 외롭게 해서 미안해. 늘 나 힘든 것만 말해서 미안해. 세상에서 제일 예쁜 딸 자주 못 보여줘서 미안해. 늘 내가 먼저 전화 끊어서 미안해. 친정에 가서도 엄마랑 안 자.. 더보기
4월 오세영 4월/ 오세영 언제 우레 소리 그쳤던가, 문득 내다보면 4월이 거기 있어라. 우르르 우르르 빈 가슴 울리던 격정은 자고 언제 먹구름 개었던가. 문득 내다보면 푸르게 빛나는 강물, 4월은 거기 있어라. 젊은 날은 또 얼마나 괴로웠던가. 열병의 뜨거운 입술이 꽃잎으로 벙그는 4월. 눈뜨면 문득 너는 한 송이 목련인 것을, 누가 이별을 서럽다고 했던가. 우르르 우르르 빈 가슴 울리던 격정은 자고 돌아보면 문득 사방은 눈부시게 푸르른 강물. 더보기
말씨는 곱게 말 수는 적게 이채 말씨는 곱게 말 수는 적게 / 이채 말이 거친 사람은 말로써 오해를 사고 말로써 시비가 일고 말로써 다툼이 잦을 것이요 말이 과한 사람은 말은 거창하되 실속이 없고 농담과 진담의 경계가 모호하니 매사에 신뢰를 잃을 것이요 말이 앞서는 사람은 열정은 있어도 노력이 없고 계획은 있어도 실천이 없으니 그 결과가 신통치 못할 것이요 말이 많은 사람은 말로써 경솔하고 말로써 처신이 가볍고 말로써 실수가 많을 터 말씨는 곱게 말 수는 적게 생각하는 말이 보석이요 하는 말보다 듣는 말이 보약일 것입니다. 더보기
종이상자 시론 / 함민복 종이상자 시론(詩論) / 함민복 종이상자가 납작하게 접혀 있다 종이상자는 겸손하다 물건을 담기 전 자신의 모습을 내세우지 않는다 종이상자에도 글씨가 있다 글씨가 내용이 되지 않고 내용물을 대변한다 주로 질 낮은 종이로 만든다지만 파도 모양 골판지로 음양의 힘을 깨치며 중심에 어깨 맞댄 비움의 뼈대를 촘촘히 채운다 종이상자는 나란히 연대하고 차곡차곡 공간을 절제한다 자신의 마음을 드러내는 것보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잘 담아내는 시(詩)가 더 깊은 시라면 종이상자는 과묵한 시집이다 나무처럼 우직한 시인이다 더보기
손을 잡는다는 것 손을 잡는다는 것 / 홍수희 체온이 때로는 천 마디 말보다 따뜻할 때가 있네 손 하나 잡았을 뿐인데 너의 아픔 너의 외로움 너의 간절한 소망까지도 다 내게로 전해져 와 손 하나 잡았을 뿐인데 나의 아픔 나의 고단함 나의 간절한 바람까지도 다 네게로 전해져 가 부디 말이 필요 없겠네 부디 설명이 필요 없겠네 마주 잡은 손 하나로 너의 생이 나의 고단한 생을 감싸주고 나의 생이 너의 외로운 생을 감싸주고 손 하나 잡았을 뿐인데 시린 손과 손을 마주 잡았을 뿐인데 더보기
벚꽃의 꿈 벚꽃의 꿈/ 유응교 가야야 할 때를 알고 가는 일은 얼마나 아름답고 눈이 부신가. 일시에 큰소리로 환하게 웃고 두 손 털고 일어서는 삶이 좋아라. 끈적이며 모질도록 애착을 갖고 지저분한 추억들을 남기려는가. 하늘 아래 봄볕 속에 꿈을 남기고 바람 따라 떠나가는 삶이 좋아라 더보기
피아니스트와 게와 나 제10회 시산맥 기획시선 공모당선시집 이미숙 시집 '피아니스트와 게와 나' 문학평론가 호병탁 시인은 해설을 쓰셨다. '평자들이 시집을 뒤적거리며 시력을 낭비하는 일이 수두록하지만 단언컨데 이미숙의 시에는 단 하나의 태작이 없다. 모든 시편들이 수준 이상의 균질성을 확보하고 있고 가독성 또한 높다는 말이다.' p118 강희안 시인은 '그녀의 시가 감동적인 것은 '피의 흔적' (단풍 지다)을 더듬는 격절의 과정을 보여주기 때문이며, 그녀의 시가 아름다운 것은 '과감한 생략'(I am blue)을 생략을 통해 몸소 절망의 방정식을 풀어내기 때문일 것이다.' 라고 했으며 문학평론가 황정산 시인은 '이미숙 시인의 시는 슬프다, 슬픔을 느끼게하는 삶의 구체적 계기와 그 이야기를 우리에게 들려주는 것이다. 그렇게해서.. 더보기
파블로 네루다/ 시 파블로 네루다(1904~1973) 칠레. 시인․ 수상 : 노벨문학상(1971) 대표작 : 지상의 주소 시 이 세상에 미술 작품은 얼마나 많은가. 더 이상 전시할 공간이 없을 정도다. 전시실 밖에 걸어 놓아야 한다. 책은 또 얼마나 많은가. 큰 책, 작은 책 ...이렇게 수많은 책을 모두 읽을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다시 말해서, 대낮에 광장에서 읽는 시가 되어야 한다. 책이란 숱한 사람들의 손에 닳고 닳아 너덜너덜해져야 한다. 그런데 시인을 위한 시집 출판은 나를 자극하거나 유혹하거나 도발하지도 못 한다. 그럴 바에는 출판사고 책이고 모두 버리고 파도나 바위와 같은 자연 속에 파묻히고 싶다. 시는 이미 독자와 관계가 끊어졌다. 이 관계를 회복시키지 않으면 안 된다. 어둠을 헤치고 나아가 인간의 가슴을 .. 더보기
봄길 봄길/ 정호승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봄길이 되어 끝없이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강물은 흐르다가 멈추고 새들은 날아가 돌아오지 않고 하늘과 땅 사이의 모든 꽃잎은 흩어져도 보라 사랑이 끝난 곳에서도 사랑으로 남아 있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사랑이 되어 한없이 봄길을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더보기
진달래 꽃 오세영 진달래꽃/ 오세영 입술은 타고 몸은 떨리고 땀에 혼곤히 젖은 이마, 기다림도 지치면 병이 되는가, 몸살 앓는 봄밤은 길기만 하다. 기진타가 문득 정신이 들면 먼 산 계곡의 눈 녹는 소리, 스무 살 처녀는 귀가 여린데 어지러워라 눈부신 이 아침의 봄멀미. 밤새 地熱에 들뜬 山은 지천으로 열꽃을 피우고 있다. 진달래. 더보기
3월의 바람 속에 이해인 3월의 바람 속에/ 이해인 어디선지 몰래 숨어들어 온 근심, 걱정 때문에 겨우내 몸살이 심했습니다 흰 눈이 채 녹지 않은 내 마음의 산기슭에도 꽃 한송이 피워 내려고 바람은 이토록 오래 부는 것입니까 3월의 바람 속에 보이지 않게 꽃을 피우는 당신이 계시기에 아직은 시린 햇볕으로 희망을 짜는 나의 오늘 ... 당신을 만나는 길엔 늘상 바람이 많이 불었습니다 살아 있기에 바람이 좋고 바람이 좋아 살아 있는 세상 혼자서 길을 가다 보면 보이지 않게 나를 흔드는 당신이 계시기에 나는 먼데서도 잠들 수 없는 3월의 바람 어둠의 벼랑 끝에서도 노래로 일어서는 3월의 바람입니다 더보기
봄에 관한 동시 봄 우체부 / 이준관 나무에도 꽃밭에도 빨간 우체함이 있어 봄 우체부는 자전거 페달을 밟고 온다 진달래꽃도 목련꽃도 우체부 자전거 페달이다 차르르 차르르 감고 도는 길의 체인 햇빛이 기름을 칠해준다 종달새는 우체부 모자에 둥지를 틀고 새끼 종달새를 친다 우체부보다 먼저 집집마다 나무마다 새들이 벨을 누른다 우체부는 나무에도 강아지 꼬리에도 토끼 귀에도 편지를 주렁주렁 매달아준다 더보기
벚꽃 그늘에 앉아 보렴 / 이기철 벚꽃 그늘에 앉아 보렴 / 이기철 벚꽃 그늘 아래 잠시 생애를 벗어놓아 보렴 입던 옷 신던 신발 벗어놓고 누구의 아비 누구의 남편도 벗어놓고 햇살처럼 쨍쨍한 맨몸으로 앉아 보렴 직업도 이름도 벗어놓고 본적도 주소도 벗어놓고 구름처럼 하이얗게 벚꽃 그늘에 앉아 보렴 그러면 늘 무겁고 불편한 오늘과 저당 잡힌 내일이 새의 날개처럼 가벼워지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벚꽃 그늘 아래 한 며칠 두근거리는 생애를 벗어놓아 보렴 그리움도 서러움도 벗어놓고 사랑도 미움도 벗어놓고 바람처럼 잘 씻긴 알몸으로 앉아 보렴 더 걸어야 닿는 집도 더 부서져야 완성되는 하루도 동전처럼 초조한 생각도 늘 가볍기만 한 적금통장도 벗어놓고 벚꽃 그늘처럼 청청하게 앉아 보렴 그러면 용서할 것도 용서받을 것도 없는 우리 삶 벌떼 잉잉거리.. 더보기
저지르는 비/신용묵 저지르는 비 / 신용묵 울음 속에서 자신을 건져내기 위하여 슬픔은 눈물을 흘려보낸다 이렇게 깊다 내가 저지른 바다는 창밖으로 손바닥을 편다 후회한다는 뜻은 아니다 비가 와서 물그림자 위로 희미하게 묻어오는 빛들을 마른 수건으로 가만히 돌려 닦으면 몸의 바닥을 바글바글 기어온 빨간 벌레들이 눈꺼풀 속에서 눈을 파먹고 있다 슬픔은 풍경의 전부를 사용한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