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들의 후광/김선태
말들의 후광 / 김선태 세상 모든 것들은 서로 관심 속에서 빛이 나는 것인가. 오랜만에 뿌옇게 흐려진 거실 유리창 청소를 하다 문득 닦다, 문지르다, 쓰다듬다 같은 말들이 거느린 후광을 생각한다. 유리창을 닦으면 바깥 풍경이 잘 보이고, 너의 얼룩을 닦아주면 내가 빛나고, 마음을 닦으면 세상 이치가 환해지듯이 책받침도 문지르면 머리칼을 일으켜 세우고, 녹슨 쇠붙이도 문지르면 빛이 나며, 아무리 오랜 기억도 문지르면 생생하게 되살아나듯이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면 얼굴빛이 밝아지고, 아픈 마음을 쓰다듬으면 환하게 상처가 아물며, 돌멩이라도 쓰다듬으면 마음 열어 반짝반짝 대화를 걸어오듯이 닦다, 문지르다, 쓰다듬다 같은 말들 속에는 탁하고, 추하고, 어두운 기억의 저편을 걸어 나오는 환한 누군가가 있다. 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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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
고독(solitude)/엘라 휠러 윌콕스 웃어라, 세상이 너와 함께 웃을 것이다, 울어라, 너 혼자만 울게 되리라, 낡고 슬픈 이 땅에선 즐거움은 빌려야만 하고, 고통은 그 자체만으로도 가득하니까. 노래하라, 산들이 화답하리라 한숨지으라, 허공에 흩어지고 말리라 메아리들은 즐거운 소리에 춤을 추지만 너의 근심은 외면하리라. 기뻐하라, 사람들이 너를 찾으리라 슬퍼하라, 그들은 너를 떠날 것이다. 사람들은 너의 즐거움을 원하지만 너의 고통은 필요로 하지 않는다. 즐거워하라, 그러면 친구들이 늘어날 것이다. 슬퍼하라, 그러면 그들을 다 잃고 말 것이다. 네가 주는 달콤한 술은 아무도 거절하지 않지만 인생을 한탄할 때는 너 홀로 술을 마시게 될 것이다. 축제를 열라, 그럼 너의 집은 사람들로 넘쳐나리라 굶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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