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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득/시 이야기

꽃들아 안녕 나태주 꽃들아 안녕/ 나태주 꽃들에게 인사할 때 꽃들아 안녕! 전체 꽃들에게 한꺼번에 인사를 해서는 안 된다 꽃송이 하나하나에게 눈을 맞추며 꽃들아 안녕! 안녕! 그렇게 인사함이 백번 옳다​ 더보기
5월이 오면 김용호 5월이 오면/ 김용호 무언가 속을 흐르는게 있다. 가느다란 여울이 되어 흐르는 것. 이윽고 그것은 흐름을 멈추고 모인다. 이내 호수가 된다. 아담하고 정답고 부드러운 호수가 된다. 푸르름의 그늘이 진다. 잔 무늬가 물살에 아롱거린다. 드디어 너, 아리따운 모습이 그속에 비친다. 오월이 오면 호수가 되는 가슴. 그속에 언제나 너는 한송이 꽃이 되어 방긋 피어난다.​ 더보기
내가 꽃이라면 김찬순 내가 꽃이라면 / 김찬순 내가 꽃이라면 꽃잎 위에 사랑의 향기를 담아 당신께 날아가고 싶다오 내가 꽃이라면 언제나 가까이서 당신 코끝에 그윽한 향기로 머물고 싶다오 내가 꽃이라면 시들어 가는 생명을 찾아 당신도 아직 꽃처럼 아름답다고 말해 주고 싶다오 내가 꽃이라면 나에게 남아 있는 꿀 한 방울이라도 당신 혀끝에 다 쏟아놓고 싶다오 계절 따라 피고 지는 꽃이 아니라 당신을 향한 사랑은 사계절 시들지 않는다고 활짝 핀 입술로 전해주고 싶다오​ 더보기
아침마다 눈을 뜨면 박목월 아침마다 눈을 뜨면 / 박목월 사는 것이 온통 어려움인데 세상에 괴로움이 좀 많으랴 사는 것이 온통 괴로움인데 그럴수록 아침마다 눈을 뜨면 착한 일을 해야지 마음속으로 나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서로 서로가 돕고 산다면 보살피고 위로하고 의지하고 산다면 오늘 하루가 왜 괴로우랴 웃는 얼굴이 웃는 얼굴과 정다운 눈이 정다운 눈과 건너보고 마주보고 바로보고 산다면 아침마다 동트는 새벽은 또 얼마나 아름다우랴 아침마다 눈을 뜨면 환한 얼굴로 어려운 일 돕고 살자 마음으로 다짐하는 나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더보기
어버이날 특집 시 counselorsam과 함께 가슴으로 읽는 시 5편 엄마가 휴가를 나온다면 / 정채봉 하늘나라에 가 계시는 엄마가 하루 휴가를 얻어 오신다면 아니 아니 아니 아니 반나절 반시간도 안 된다면 단 5분 그래, 5분만 온대도 나는 원이 없겠다 얼른 엄마 품속에 들어가 엄마와 눈맞춤을 하고 젖가슴을 만지고 그리고 한 번만이라도 엄마! 하고 소리 내어 불러보고 숨겨놓은 세상사 중 딱 한 가지 억울했던 그 일을 일러바치고 엉엉 울겠다. 친정엄마 / 고혜정 사랑한다고 한 번도 말하지 않아서 미안해. 힘들 때 왜 날 낳았냐고 원망해서 미안해. 엄마 새끼보다 내 새끼가 더 예쁘다고 말해서 미안해. 언제나 외롭게 해서 미안해. 늘 나 힘든 것만 말해서 미안해. 세상에서 제일 예쁜 딸 자주 못 보여줘서 미안해. 늘 내가 .. 더보기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심순덕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하루 종일 밭에서 죽어라 힘들게 일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찬밥 한 덩이로 대충 부뚜막에 앉아 점심을 때워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한겨울 냇물에 맨손으로 빨래를 방망이질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배부르다 생각없다 식구들 다 먹이고 굶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발뒤꿈치 다 헤져 이불이 소리를 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손톱이 깎을 수조차 없이 닳고 문드러져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아버지가 화내고 자식들이 속썩여도 전혀 끄떡없는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외할머니 보고싶다 외할머니 보고싶다, 그것이 그냥 넋두리인 줄만.... 한밤중 자다 깨어 방구석.. 더보기
고들빼기 최상현 고들빼기 / 최상현 가난한 이웃들 배불리 먹어보라고 쌀밥꽃 하얗게 핀 틈틈이에 겅거니 맹글어 먹으라고 고들빼기들 슬그머니 날아와 보란듯이 노랗게 피었다.​ 더보기
친정 조정숙 친정 / 조정숙 나 가끔 친정으로 돌아가면 금세 엄마의 어린 딸이 되어 먼 여행에서 돌아온 것처럼 몸도 마음도 녹신녹신해져서 결혼하고 아이 낳고 한 일들 그만 까마득해지고 길을 가다 지나쳐 만난 사람처럼 남편 얼굴도 서먹서먹해져서 엄마 손에서 익은 물김치 호록호록 떠먹어가며 밤새도록 친구 같은 수다를 떨었네. 엄마도 참 고생이 많수 서로 마음을 만지작거리다가 니, 사는 게 그리 호락호락 한 줄 아나 좀 더 살아봐라 내 맘 알끼다 엄마를 관통한 바람이 목적도 없으면서 천천히 나에게 불어오는 내 속엔 작은 엄마가 있어서 가는 허리가 자꾸 휘청거린다.​ 더보기
잎사귀 명상 이해인 잎사귀 명상 / 이해인 꽃이 지고 나면 비로소 잎사귀가 보인다 잎 가장자리 모양도 잎맥의 모양도 꽃보다 아름다운 시가 되어 살아온다 둥글게 길쭉하게 뾰족하게 넓적하게 내가 사귄 사람들의 서로 다른 얼굴이 나무 위에서 웃고 있다 마주나기잎 어긋나기잎 돌려나기잎 무리지어나기잎 내가 사랑한 사람들의 서로 다른 운명이 삶의 나무 위에 무성하다​ 더보기
내가 엄마가 되기 전에는 내가 엄마가 되기 전에는 / 무명씨 내가 엄마가 되기 전에는 언제나 식기 전에 밥을 먹었었다. 얼룩 묻은 옷을 입은 적도 없었고 전화로 조용히 대화를 나눌 시간이 있었다. 내가 엄마가 되기 전에는 원하는 만큼 잠을 잘 수 있었고 늦도록 책을 읽을 수 있었다. 날마다 머리를 빗고 화장을 했다. 날마다 집을 치웠었다. 장난감에 걸려 넘어진 적도 없었고, 자장가는 오래 전에 잊었었다. 내가 엄마가 되기 전에는 어떤 풀에 독이 있는지 신경 쓰지 않았었다. 예방 주사에 대해선 생각도 하지 않았었다. 누가 나한테 토하고, 내 급소를 때리고 침을 뱉고, 머리카락을 잡아당기고 이빨로 깨물고, 오줌을 싸고 손가락으로 나를 꼬집은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엄마가 되기 전에는 마음을 잘 다스릴 수가 있었다. 내 생각과 몸까지.. 더보기
엄마가 그리울 때 조미경 엄마가 그리울때 / 조미경 친구들은 엄마가 보고 싶다며 고향집을 찾는데 나는 엄마가 보고 싶을 때 어디로 가야 할까 친구들은 엄마의 손맛이 그리울 땐 전화로 맛있는 엄마표 음식이 먹고싶다 말하면 엄마는 바로 만들어서 보내준다는데 친구들은 아들들 군대 보내 놓고 허전할 때 엄마 찾아서 엄마의 품속으로 떠난다는데 나는 포근한 엄마의 품속 기억이 나지 않는데 몸이 아플 때 먹으면 약이 되는 음식이 그리울 때 전화 한 통으로 엄마의 사랑이 배달된다는데 사랑 찾아 전화를 어디로 할까 우리 엄마 아직은 젊지 예쁘지 자랑하는 친구 그래, 어머니 참 고우시다 말했는데 나는 우리 엄마 이야기할 대상이 없다 거울을 보니 엄마가 측은하게 나를 바라보고 계셔서 생전의 엄마의 모습인가 하여 가까이 다가가니 엄마는 없고 내 모습.. 더보기
실패할 수 있는 용기 유안진 실패할 수 있는 용기 / 유안진 눈부신 아침은 하루에 두 번 오지 않습니다. 찬란한 그대 젊음도 일생에 두 번 다시 오지 않습니다. 어질머리 사랑도 높푸른 꿈과 이상도 몸부림친 고뇌와 보석과 같은 눈물의 가슴앓이도 무수히 불 밝힌 밤을 거쳐서야 빛이 납니다. 젊음은 용기입니다. 실패를 겁내지 않는 실패도 할 수 있는 용기도 오롯 그대 젊음의 것입니다​ 더보기
새벽편지 곽재구 새벽 편지 / 곽재구 새벽에 깨어나 반짝이는 별을 보고 있으면 이 세상 깊은 어디에 마르지 않는 사랑의 샘 하나 출렁이고 있을 것만 같다. 고통과 쓰라림과 목마름의 정령들은 잠들고 눈시울이 붉어진 인간의 혼들만 깜박이는 아무도 모르는 고요한 그 시각에 아름다움은 새벽의 창을 열고 우리들 가슴의 깊숙한 뜨거움과 만난다. 다시 고통하는 법을 익히기 시작해야겠다. 이제 밝아올 아침의 자유로운 새소리를 듣기 위하여 따스한 햇살과 바람과 라일락 꽃향기를 맡기 위하여 진정으로 진정으로 너를 사랑한다는 한마디 새벽 편지를 쓰기 위하여. 새벽에 깨어나 반짝이는 별을 보고 있으면 이 세상 깊은 어디에 마르지 않는 희망의 샘 하나 출렁이고 있을 것만 같다.​ 더보기
흐르는 삶만이/이해인 흐르는 삶만이 이해인 시인 구름도 흐르고 강물도 흐르고 바람도 흐르고 오늘도 흐르는 것만이 나를 살게 하네 다른 사람이 던지는 칭찬의 말도 이런저런 비난의 말도 이것이 낳은 기쁨과 슬픔도 어서어서 흘러가라 흐르는 세월 흐르는 마음 흐르는 사람들 진정 흐르는 삶만이 나를 길들이네​ 더보기
4월과 5월 /박정만 ​ 아침마다 좋은 시 또는 좋은글 보내주시는 이명환 선생님의 박정만 시인의 4월과 5월 시입니다.​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