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락인성심리연구소

뻐꾸기가 울었다

어머니1
김동환

그만 들어가세요 어머니
그래 조심해서 가거라
마늘과 쌀을 승용차에 싣고 나서도
굳이 서 계신 어머니를 골목 어귀까지 모셔다 드렸다
차를 돌려가려는데
이 쪽을 바라보며 골목에 앉아 계신
어머니의 모습이 헤드라이드에 비쳤다
차에서 내려 다시 집 가까이 바래다 드렸다
천천히 조심해서 가거라
네 걱정말고 들어가세요 어머니
며칠 있다 또 내려올게요
차에 시동을 걸고 헤드라이트를 켜니
어머니는 아직도 이쪽을 바라보시며
그대로 골목길에 앉아계셨다.
어디선가 뻐꾸기 울음소리가 들렸다
한달에 한 번도 안오는 놈이
며칠 있다 또 내려온다니
뻔한 놈 뻔한 놈 뻐꾸기가 울었다

https://youtu.be/O5tcyrLNfno?si=5EQDhLnnwAJ8HfPG

시필사 95일 째, 떠듬떠듬 드문드문 필사 중이었지만 10월 한 달은 시를 필사하고 시로 생각하고 느껴보기로 했다. 여유 있으면 시 초안도 잡아볼 요량이다. 유튜브에 올릴 시도 낭송해서 양 선생님께 보내야하고 할 일이 많다.

어머니1은 내가 애송하는 시며, 10월 7일 6시 cmb 촬영, 10월 15일 대전시민천문대 7시, 11월 14일 자생한방병원 8시(?), 9시(?), 11월 26일 7시 서구문화원에서 공연할 시다. 이 시는 어버이날 즈음에 낭송을 하면 시의적절하여 더욱 감동적이다. 대화글을 잘 살려 낭송해야하는 시로 있는 그대로 이해하기 쉬운 시다.

세상의 어머니는 모두 위대하지만 특히 우리나라 어머니는 더욱 위대하다. 시대적으로 다르다고 할 수 있으나 예나 지금,  농촌의 어머니 모습을 그대로 담은 시다. 딱 나의 어머니 모습이라서 시를 읽으면 어머니가 보이고 그립고 보고 싶다. 그리고 나 자신을 돌아본다.

몇 년 전부터 갑자기 허리가 구부러지시더니 몇 달 전에는 퇴비장에서 미끄러져서 엉덩이 뼈에 금이 갔다. 노인은 넘어져서 다친 후 회생 불가한 경우가 많아서 온 가족이 걱정을 했다. 어머니는 84세로 연로하셔서 더욱 걱정이 됐다. 20일 지나면 괜찮아질거라는 의사의 말과 달리 낫지 않자 다시 큰 병원에서 시술을 받았다. 또 20일이 지나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조금씩 좋아진다고 하셨다. 그 전에도 계속 좋아지는 것 같다고 하셔서 믿었었는데, 그래서 이번에는 말씀 그대로 믿지 않고 믿음 반 걱정 반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그런데 아버지께서 지어 주시는 밥상만 받고 누워만 계시던 어머니께서 밭에 나가 땅콩 캐는 아버지를 도우셨다니 이제는 회복을 많이 하신 것이다. 참으로 다행이다.

가을이면 다람쥐 보다 도토리를 빠르게 모으고 밤을 많이 줍는 나의 어머니, 지금 아버지의 감시로 줍는 일은 못하신다. 스스로도 큰 일을 겪으셨으니 조심하고 계실 것이다. 그래도 아버지 몰래 밭에 나가 풀이라도 뽑고 오시는 어머니.
참으로 겁없이 일하신 어머니, 뛰어다니며 날아다니며새벽부터 밤까지 일하신 어머니, 남들보다 두 세배 일이 빨라 동네에서 유명하셨던 어머니, 호랑이 시어머니께서도  인정하셨던 어머니, 일을 부지런히 하여 해마다 땅을 사다가 일을 감당 못해 그만 사자고 하여 땅을 사는 일을 거기서 멈췄던 일화가 있는 분, 나의 어머니.

그때나 지금이나 어머니의 꿈은 한결 같다. 자식들에게 맛있는 만들어 먹이는 것. 그것이 꿈이다. 자식들이 맛있게 먹으면 제일 행복하다고. 자식들 입에 맛있는 것 들어가는 것. 손수 해서 먹이는 것. 그리고 싸서 보내시는 것. 어머니의 음식은 맛 없었던 적이 없었다. 어렸을 때부터 접시마다 가득하던 반찬이 늘 빈 접시로 남았다. 배고픈 시절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지금도 생신이나 명절, 가끔 놀러갔을 때 자식을 위해 만드는 음식이 식탁위에서 남은 적이 없다. 독독 긁어 먹고 빈 그릇만 남는 이유는 어머니의 음식 솜씨에 사링과 정성이 듬뿍 들어가기 때문이다.

예고없이 친정에 간다고 하면 여든 넷의 어머니께서는 가기 전부터 무엇을 싸 줄 것인지 부터 걱정이 태산이시다.
“온다고? 이번에 오지말고 다음에 와라, 뭐 줄게 없다.”
“뭘 가지러 가는 게 아니고 어머니, 아버지 보고싶어서 가요.”
가면 현관 앞에 보따리 보따리 먹거리들이 쌓여 있다. 가서도 봉지 하나하나 계속 나온다. 물론 몰아서 다 주시는 것은 아니다. 먹을래? 가져갈래? 묻고 또 묻고 주신다.

내 카톡 대문에 ’부모님께 매일 전화하기‘ 로 돼 있다. 아주 오래 전부터 그렇게 써 있었다. 그것을 아신 어머니께서 내 숙제를 대신해 주신다. ’어머니께서 밥은 먹었니?‘ 먼저 전화하시고 ’내가 효자지?‘ 하신다. ’누가 먼저 하든 통화만 하면 됐지.‘ 라고 늘 말씀하신다. 덕분에 나는 부모님과 매일 한 두 번 전화할 수 있다. 그것을 본 나의 아들의 톡에도 ’부모님께 매일 전화하기‘ 로 돼 있다. 그것을 보면서 참 행복했다. 둘째 아들이 ’엄마, 형 카톡에 엄마랑 똑같은 거 있어요.‘ 했을 때 나는 가슴이 뛰었다. 참 감사하다는 생각이 먼저였다. 그런데 나는 나의 부모님처럼 나는 아들에게 전화하지 못한다. 아들도 처음 한, 두달은 매일 전화하더니 요즘은 며칠에 한 번으로 뜸하다. 그래도 자주 카톡하고 만나니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나도 뻔한 놈, 뻔한 놈이다, 본인의 입장에서 효도를 다하는 자식은 없다. 부모에게는 늘 불효를 행하고 있다. 부모에게서 정신적 물질적 받은 것을 그보다 많이 드릴 수 없다. 마음만 가는 것은 효가 아니다. 효는 마음과 말과 행동이 삼위일체 해야하는 법인데 부모가 자식 생각하는 것 만큼 따라 갈 수가 없다. 죽어도......

어머니께 전화해야겠다. 오늘은
“밥 먹었니?“
전화가 없으시니...
”내가 효녀 노릇을 해야겠다.“
라고 생각하는 순간 벨이 울린다. 어머니다. 얼른 받아야겠다.

💕나는 어머니 전화는 학교 수업 빼고는 거의 바로 받는다. 어머니는 -어쩌면 벨에 울리기도 전에 받냐며 신기해 하신다. ㅎ 지금 뭐하냐고 물으시면 나는 -엄마 생각하고 있었죠. 하고 어머니는 -에이 거짓말, 하시면서 순간 밝은  목소리로 변하신다.

'여락인성심리연구소'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하나 꽃 피어 /달라진다  (0) 2024.10.06
방문객 환대  (2) 2024.10.05
글쓰기 30일 도전  (14) 2024.10.03
돼지 꿈  (0) 2024.10.01
부부 싸움  (1) 2024.09.30